올 1%대 성장도 위태롭다… "추경으로 급한불 꺼야" [짙어지는 저성장 그림자]
2분기 0.6% 불황형 성장 했지만 한은 "경기침체 완화" 선그어
3분기 이후 민간소비 회복 전망... 미중 경제 상황·회복 속도가 변수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은 전기 대비 0.6%로, 1·4분기(0.3%)에 이어 0%대 성장에 그쳤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0.9%로 지난 5월 한국은행의 전망치(0.8%)를 웃돌았다. 소비·투자 부진으로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 전환했지만 순수출 기여도가 5개 분기 만에 플러스 전환한 결과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에 대한 한국은행 평가는 '경기부진이 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상반기 전체로는 전년동기 대비 0.9% 성장해 5월 전망치(0.8%)를 소폭 상회했다"며 "지난해 4·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서 올해 들어 2분기 연속 성장폭이 확대되면서 경기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1·4분기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민간소비의 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 전환한 데 대해서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봤다. 신 국장은 "연초 방역조치 전면 해제로 크게 늘어났던 의류, 음식, 숙박 등 대면활동 관련 소비가 일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5월 연휴기간 중 기상여건 악화로 대면활동이 일부 제약된 영향도 있다"며 "3·4분기 이후에는 소비자심리 개선 등의 영향을 받아 (민간소비가) 완만한 회복 기조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줄어서 나타난 '불황형 성장'이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신 국장은 "반도체·자동차 등 제조업 생산 증가가 순수출 개선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견인했다고 해석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한은에서는 지난 5월 발표한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1.4%) 유지를 시사했다. 3·4분기와 4·4분기 성장률이 각각 0.7%를 기록해 하반기 성장률이 1.7% 이상일 경우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하긴 했지만 1.4% 달성은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은행이 목표한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하반기에 좀 많이 뛰어야 될 것"이라며 "수치상 0.6% 성장은 나왔지만 소비, 수출, 투자 모두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수입이 줄어서 간신히 성장을 기록한 만큼 사실상 역성장이라고 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도 "2·4분기 잠정치가 나온 것처럼 GDP 구성요소 중 증가한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발표한 성장률을 하반기에 달성하는 것은 어렵다"며 "소비도 감소했고 투자도 감소한 상황에서 내수로만 따지면 역성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외 경제상황에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추경 편성을 통한 내수진작, 중장기적으론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김영익 교수는 "가계소비가 늘어나기 힘들고 기업이 투자를 늘리지도 않은 상황에서 4·4분기 수출이 개선돼도 의미가 없다"며 "정부가 추경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단기처방으로 추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미국·중국 경제상황에 따른 수출경기 회복 속도와 폭이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좌우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중국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모멘텀이 강화되는 경우 대(對)중국 및 IT 수출 등이 개선돼 국내성장률이 1%대 중반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미국 경제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성장률 상방요인으로 꼽힌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 경제성장률이 구조적으로 약간 둔화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7월께 주가도 반등하고 있고 환율도 상당히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며 3·4분기 호전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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