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선 불가능한 가성비…'더 문', 경이로운 토종 우주 액션[종합]

김보영 2023. 7. 2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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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감독(왼쪽부터)와 배우 도경수, 김희애, 설경구가 25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더 문’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280억, 적지 않은 예산이죠. 하지만 이 정도 예산으로 이만큼의 기술력을 갖춘 우주 영화를 만드는 건 어떤 할리우드 영화들과 비교해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용화 감독이 기존 우주 SF 영화들과 다른 ‘더 문’만의 차별점을 묻자 자신감있는 목소리로 이같이 답했다.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더 문’의 기자간담회에서는 김용화 감독과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더 문’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도경수 분)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 분)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쌍천만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이 처음으로 도전한 우주 프로젝트로, 국내 최초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작품으로 일찍이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전작 ‘신과함께’에서 호흡을 맞춘 도경수가 달에 고립된 주인공 ‘황선우’로 분해 김용화 감독과 재회했다. 여기에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설경구와 김희애의 호흡, 박병은과 최병모, 조한철, 홍승희 등 연기파 신스틸러들로 믿고 보는 캐스팅을 완성해 광활한 우주의 세계를 보여줄 여름 기대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부터 ‘고요의 바다’, ‘택시기사’ 등 우주를 배경으로 만든 국내 영화나 드라마가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더 문’은 보다 실제에 가까운 우주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정교한 사진에 가까운 질감을 추구, 이를 초고해상도의 화질로 실현해냈다. 특히 영화의 전체 촬영은 물론 VFX, DI 등 모든 후반작업에 4K를 고집했다. 제작비와 인건비 상승 문제로 국내 작품이 풀 4K로 만들어지는 경우 자체가 드물다. 여기에 국내 최초로 음향 기술까지 돌비 애트모스를 적용하는 등 시각, 청각 모든 면에서 국내 영화계에 혁명적 시도를 단행했다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기존의 CG와 다르게 배우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실감나는 시각효과를 줄 수 있는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을 주요 장면 촬영 과정에 활용, 관객 입장에선 영화를 보는 내내 실제 달에 착륙해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코로나19 이후 영화적 체험을 중시해 특별관을 애용하는 관객들이 늘고 있는 추세에, 그 어떤 작품들보다 특별관 관람시 극대의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기대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비 280억, 올 여름 선보일 국내 영화 빅4(‘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중에서도 높은 제작비 규모를 자랑하지만, 실제 우주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다른 할리우드 영화들과 비교하면 터무니 없이 적은 금액의 높은 가성비로 실제에 가까운 우주의 모습을 재현했다는 평이다.

김용화 감독은 시사회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작품을 셀 수 없이 여러 번 봤지만, IMAX 큰 화면으로 작품을 감상한 건 처음”이라며 “큰 화면으로 작품을 보니 고민해 연출한 장면들이 생각했던 대로 마음에 들게 잘 나온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배우 도경수가 25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더 문(감독 김용화)’ 언론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더 문’에선 중력이 없는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인의 모습을 동작으로 실감나게 표현해낸 도경수의 모션 연기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에 대해 김용화 감독은 “실제 배우가 연기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은 장면들은 와이이를 단 채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게 했다”며 “도경수 배우가 이를 위해 액션 팀과 사전에 3개월 전부터 우주 유영 자세 훈련을 받기도 했다. 실제 소화가 어려울 것 같은 부분은 VFX의 도움을 받아 한땀 한땀 공을 들여 장면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도경수는 와이어 액션 촬영 과정을 묻자 “와이어가 한 줄이 아닌 여러줄을 달고 연기를 하다보니 타이밍에 맞게 유영 자세를 구현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면서도 “그래도 스태프분들이 절 잘 끌어주신 덕에 영화에서 표현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겸손을 드러냈다. 극 중 황선우가 착용하고 있는 우주복 디자인 역시 실제 우주인들이 착용하는 우주복의 외관과 거의 똑같은 수준으로 구현돼 더욱 몰입이 수월했다고도 덧붙였다.

달에 고립된 선우, 트라우마를 딛고 대원을 살려내기 위해 우주센터로 돌아온 재국과 우주센터 사람들, NASA에서 대원을 구할 방법을 함께 고민 중인 문영(김희애 분)까지. ‘더 문’은 극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서로의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필사적인 감정들을 끌어올려 연기해야 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터.

이에 대해 김용화 감독은 “제가 시나리오를 썼던 내용보다 배우들이 표현한 감정 연기가 더욱 좋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극 중 인물들의 감정선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제 작품은 달콤 씁쓸한 복합적 감정을 추구하고 있다”며 “문영이 희생하고 재국이 트라우마를 딛고 선우를 구하기로 결심한 마음, 선우가 살아야겠다고 의지를 다진 과정에 하나의 감정만 있진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설경구가 25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더 문’ 언론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설경구는 연기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없었는지 묻는 질문에 “CG 장면들도 많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여러분이 보신 그대로가 다 세트였다”며 “현장에서 대형 모니터를 통해 도경수 씨가 미리 찍어둔 장면을 배우들이 보며 연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주 액션 장면의 경우는 CG 작업을 러프하게 거쳐 완성시킨 장면을 화면에 띄웠고, 이를 우주센터에 있는 배우들이 보며 더 몰입해 연기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구현된 세트 자체가 너무 실감나서 현장에 오면 실제 그 장소인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 점이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주인으로 열연을 펼친 후배 도경수를 향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설경구는 “도경수 씨의 연기를 보면서 나는 정말 날로 먹었구나 싶어서 부끄러웠다”고 도경수의 연기에 극찬을 보냈다. 김희애는 NASA의 차기 국장이 유력한 디렉터이자 재국의 전 부인 ‘문영’으로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눈에 띄는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특히 캐릭터가 NASA의 직원이다 보니 대부분의 대사를 영어로 소화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유창한 발음과 감정선으로 이를 무리없이 완수했다. 김희애는 “이성적으로 연기하고 싶었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내 자신도 모르게 문영 자체가 되어 그 상황에 놓인 것 같은 감정에 빠지더라”며 “수차례 복받쳐서 내 자신도 놀랐지만,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만큼은 참 마음에 들고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배우들이 극에 몰입할 수 있던 데에는 실제 우주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고 책들로 여러 이론들을 숙지하며 실제에 가까운 우주를 구현하고자 한 김용화 감독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김용화 감독은 “유성우가 내리는 장면, 우주선 도킹, 달의 앞뒷면과 관련한 이론 등 참고해야 할 게 많았다”면서 “그럼에도 가격 대비 엄청난 기술력을 보여주고 싶었고, 다행히 저희가 당초 기획한 내용 이상으로 기술이 잘 구현된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기술, 비주얼 효과 못지 않게 영화 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김 감독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감정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여타 할리우드와 비교해 확실히 낫다 말씀 드릴 순 없지만 뒤처지지도 않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모두 사랑하며 살 수 있길, 이 영화를 본 모든 관객들에게 이번 작품이 그런 방향으로 다가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신과함께’ 때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역시 만들고 나니 죄의식과 용서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더라”며 “용서를 해주는 것보단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게 보다 인간답고 가치있는 행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용기와 위로의 메시지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더 문’은 오는 8월 2일 개봉한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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