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댐 건설 5곳뿐 … 물 가둘 곳 없어 물난리 반복
강수량 여름에 집중…매년 홍수
정비 안된 4대강 지류 피해 몰려
환경단체 반발로 하천정비 손놔
日선 댐 건설·리모델링 활발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가 경북 포항을 강타하면서 포항시를 흐르는 냉천이 범람해 주민 7명이 숨지는 등 포항 일대가 쑥대밭이 됐다. 포스코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냉천 상류인 오천읍 항사리 일대에 물을 가둬두는 소규모 댐만 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던 인재(人災)였다. 포항시는 2016년부터 항사댐 건설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댐 건설에 비판적이었던 문재인 정부는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환경단체 반발도 거셌다. 결국 수많은 인명·재산 피해를 초래한 끝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작년 12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으면서 댐 건설 작업이 간신히 첫발을 떼게 됐다.
이달 중순 전국을 강타한 홍수 피해도 ‘물그릇’에 해당하는 댐이나 보(洑)를 지류·지천에 조성하고 하천 관리와 준설을 제대로 했다면 충분히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4대강 본류와 달리 그동안 하천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지류·지천에서의 치수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댐 건설 가로막은 환경단체
25일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는 총 20개의 다목적댐이 있는데 환경단체의 반발과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이 중 2000년 이후 건설된 것은 군위댐 김천부항댐 성덕댐 보현산댐 영주댐 등 5개에 불과하다. 진행 중인 사업도 한강 유역 원주천댐, 낙동강 유역 봉화댐, 포항 냉천 상류에 짓는 항사댐 등 3개뿐이다. 항사댐은 2026년 착공 예정이다. 원주천댐은 2000년대 초반부터 추진했지만 환경단체의 극심한 반발로 소송까지 가는 우여곡절 끝에 2019년 간신히 착공했다. 댐 높이를 높이거나 바닥의 흙과 모래, 자갈을 파내는 준설작업을 통해 댐의 저수용량을 늘리는 ‘댐 리모델링’은 한 건도 없다. 이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일본은 2000년부터 230여 개의 다목적댐(보 포함)을 건설했다. 최근에도 댐 리모델링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댐 건설 및 댐 리모델링은 최근 홍수 피해가 부각되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당시 사흘 연속 폭우가 쏟아지면서 충북 괴산군의 괴산댐에 물이 넘쳤고, 그 결과 괴산군 일대가 물바다가 됐다. 괴산댐은 발전용댐으로 저수용량이 적다. 홍수 피해가 일어난 뒤 괴산군은 괴산댐을 발전 용도뿐만 아니라 홍수 방지 역할까지 할 수 있는 다목적댐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과거에 비해 ‘극한호우’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데다 한국은 여름철에 집중호우가 내리는 만큼 이런 요구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전국 누적 강수량은 평균 641.4㎜였다. 1973년 이후 장마철 전국 평균 강수량 중 상위 3위 기록이다. 6월 25일~7월 24일까지 기간만 따지면 역대 최다 강수량이다. 장마철 강수량(전국 평균 기준)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06년으로 704㎜였다. 2위는 2000년으로 701.4㎜였다.
“지류·지천 정비 서둘러야”
특히 4대강 지류·지천에서 댐 관리와 리모델링, 제방 관리와 준설 작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때 진행된 4대강 사업은 수질 측면에선 논란이 되고 있지만 수량관리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4대강 본류에선 이번에 대규모 홍수 피해가 없었다. 올해 장마철 홍수 피해가 집중된 충청·경북 시·군은 모두 4대강 본류가 아니라 지류·지천이 흐르는 지역이다. 과거에도 홍수 피해는 4대강 지류·지천에서 발생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할 때 본류에 이어 지류·지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야당과 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닥쳤고 결국 지류·지천 정비는 무산됐다. 이상호 한국수자원학회장(부경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댐 건설은 환경 논란을 넘어 지역 주민에겐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며 “지류·지천에 소규모 댐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민/곽용희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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