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의지 꺾는 ‘약가 인하’… 희귀질환자에 ‘毒’될라
공단 "건보 재정건정성 확보 차원"...제약업계 "사업성 크게 떨어질것"
전문가, 성분별 관리방식 개선을...신약 등엔 환급방식 대안도 제시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단체는 PVA 개선을 위한 협의체 회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과 지난 7일에 각각 1·2차 회의가 진행됐고, 회의는 오는 11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건보 재정 건전성 확보와 약가 보전을 원하는 양측의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제약사, 유형 단계 확대로 약가 깎일까 걱정
실제로 협의 과정에서 연구용역으로 제시된 PVA 개선 방안 중 유형 '가'에 전년 대비 청구액이 50억원 이상 증가하고, 청구액 증가율이 10% 이상인 약제를 포함시키는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유형 '나'와 '다'에 있던 기준이 '가'까지 확대 적용되는 방식이다.
현재 유형 가는 '공단과 협상된 예상청구금액이 30% 이상 증가한 경우'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종안이 연구용역안과 유사한 방향으로 결정된다면 약가인하 드라이브는 현재 수준보다 훨씬 강해지게 된다. 약가에 따라 사업성이 좌우되는 국내외 제약업계는 크게 긴장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유형 가 기준이 청구액 50억원에 청구액 증가율 10%가 유형 가까지 적용돼 약가가 인하된다면 신약 개발을 동력이 크게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R&D나 영업활동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을 국가의 핵심적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아직 육성 의지에 맞는 정책적 배려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PVA가 약가 인하 드라이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경우 국내 제약업계는 물론, 신약이 필요한 국내 질환자들이 치료 옵션이 줄어드는 것도 큰 문제다. 건보 재정의 영향을 과도하게 고려하는 것이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저해해 환자 건강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을 국내에 도입하는 외자사들의 경우 약가 인하 정책에 드라이브가 더 걸린다면 한국 시장의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며 "이에 대한 피해는 환자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신약, 낮은 약가로 수급 문제 발생
현행 제도에서도 한국의 신약 출시 비율은 OECD 국가 대비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데, 약가 인하 제도가 강화되면 관련 지표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출시 후 1년 내 도입 신약 비율은 OECD 국가 평균 18%였지만 한국은 5% 수준이었다. 또 건보급여율도 OECD 평균 29% 대비 한국은 22%로 나타났다.
유승래 동덕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임상적 유용성이 크게 개선된 신약이나 대체재가 전무한 희귀의약품 등은 주요 선험국 사례를 참조하더라도 가격인하 방식 외에 환급 방식(payback) 등 PVA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정수준 이상 증가한 재정에 대해 정부-업계가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가격인하와 같은 재정적 효과가 담보된다면 환급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고 실제 국내에서도 환급방식 PVA 운영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큰 틀에서는 등재 과정에 고려된 환자 접근성 강화 및 신약으로 갖는 가치가 사후관리 제도에서도 고려돼야 한다"며 "예상청구금액 협의 과정에서 합리적 기준점을 설정하고, 기존 치료제 대비 환자·재정 측면에 기여도가 있다면 이 부분도 함께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대상선정과 제외기준을 여러차례 개선했음에도 경합품목들이 많은 경우 같은 성분, 비슷한 효능군 약제·보유사 간 유불리와 형평성 문제가 계속 제기된다"며 "단기간에는 어렵겠지만 현행 '품목별' 관리방식으로부터 점차 '성분별' 관리로 나아갈 수 있다면 재정증가분에 대한 분담 방식에 있어보다 근본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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