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 연극 첫 도전…"'2시 22분' 대본 보자마자 반해"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숨은 그림 찾기'처럼 각 캐릭터의 대사 속에서 (복선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해요. 연극 후에 또다른 연극이 펼쳐지는 느낌이죠."
아이비가 한국 초연의 막을 올린 연극 '2시 22분'의 매력을 이같이 꼽았다.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공연이 끝난 후 팬들이 다들 몇 시간씩 토론하게 된다고 하더라. 볼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연극"이라고 자신했다.
영국 웨스트엔드 최신작인 연극 '2시 22분'은 평범해 보이는 집 거실을 배경으로 젊은 두 커플이 초자연적 현상에 대해 주고받는 대화로 전개된다. 부부인 '샘'과 '제니'는 새로 이사 온 집에 오랜 친구 '로렌'과 그녀의 남자친구 '벤'을 초대한다. '제니'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집에서 나는 수상한 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들이 이 현상을 목격할 수 있게 새벽 2시22분까지 기다려 달라고 제안한다.
'제니' 역을 맡은 아이비는 이번이 연극 데뷔다. '시카고'·'레드북'·'아이다'·'물랑루즈!' 등 대극장 뮤지컬 주역으로 활발히 활동해 왔지만, 뮤지컬 데뷔 후 13년 만에 연극은 처음이다. 그는 "긴장을 많이 했는데, 첫 공연이 끝나고 그 매력을 크게 느꼈다. '2시 22분'을 발판 삼아서 앞으로 연극 배우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예전부터 연극을 굉장히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뮤지컬을 열심히 해서인지 섭외가 많이 안 들어왔죠. 그동안 마음에 와닿는 작품이 없었는데, 제가 데뷔 작품을 한 신시컴퍼니에서 '2시 22분' 제의를 받고 대본을 보자마자 너무 반했죠. 장르도 독특하고 배우로서 도전해 보고 싶은 역할이었어요."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어려웠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경험을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면서 풀어나가야 하는 캐릭터"라며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이비와 함께 박지연이 '제니' 역을 번갈아 연기한다. 제니의 남편인 '샘' 역에는 최영준과 김지철, 친구인 '로렌' 역은 방진의와 임강희, '벤' 역은 차용학과 양승리가 맡는다.
박지연은 "대본에 쓸데없는 말이 하나도 없다.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뒷장들의 토대가 되는 장면들"이라며 "처음엔 시각적이거나 청각적인 것에 매력을 더 느낄 수 있지만, 끝으로 가는 과정에서 켜켜이 쌓여가는 대사들이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최영준도 "작품이 보기에 좋고, 읽기에 쉽고, 듣기에 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잘 충족하는 연극이다. 재미있는 공연이란 걸 제가 100% 보장한다"고 했다. 임강희도 "의도를 들키지 않으면서 연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어렵지만, 서로 티키타카를 맞춰나갔다"고 전했다.
스릴러를 내세우는 극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 속에 시각적·청각적 무대 효과로 긴장감을 유발한다. 음향과 조명 효과는 물론 이은결 마술사의 특수효과도 더해졌다.
김태훈 연출은 "대본 자체가 속도감 있고 흥미진진하다. 스릴러 형식이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연극인데 연극처럼 만드는 걸 배제해 보려고 했다. 정박자에 떨어지는 모든 것을 덜어내면서 예측하지 못하는 호흡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소리가 공연의 성패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소리가 큰 게 아니라 심장이 멎을 만한 순간에 짧게 치고 빠지도록 계산했다. 잘 들어보면 인물마다 나오는 소리의 색깔이나 들리는 공간도 다르다"며 "극의 시작도 다른 작품과 다르게 독특하게 시작해 관객들이 궁금증을 갖고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작품이 말하는 것 중 가장 큰 건 소통이다. 믿는 건 누구나 믿을 수 있지만, 믿지 못하는 걸 믿어주는 건 어렵다. 사람과의 관계 및 소통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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