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이양수 때문?···국민의힘 ‘코인 의원 공개’ 윤리자문위 고발 방침

정대연·이두리 기자 2023. 7. 25. 17: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리심사자문위원장 “대응하지 않겠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국회의원 가상자산(코인) 보유·거래 내역 신고 내용을 공개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자문위)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자문위가 의원들의 자진신고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것에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김남국 무소속 의원 의혹을 물타기 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보고 파장 확산 차단에 나선 것이다. 여당이 공익성이 강한 자문위의 자료 공개에 대해 법적 대응까지 벌이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법률자문위원회는 25일 윤재옥 원내대표 지시로 가상자산 자진신고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자문위에 대한 법률 검토 작업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유재풍 윤리심사자문위원장 등 자문위 관계자들이 국회법과 형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고발장을 작성해 금명간 검찰에 제출할 방침이다. 국회법 46조의2 7항과 형법 127조, 윤리특별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규칙 16조 등에 따르면, 전·현직 자문위원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 누설 시 형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해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정식 공개 절차를 거치기 전에 가상자산 신고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국회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자진신고를 했다”며 “의원들의 선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법 위반의 정도가 묵인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자문위는 지난 5월 통과된 ‘김남국 방지법’(국회법 개정안) 부칙에 따라 지난달 30일까지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보유·거래 내역 자진신고를 받았다. 자문위는 신고 내용을 토대로 이해 충돌 여부를 검토해 오는 27일 국회의장과 각 당 원내대표에게 보고할 방침이다. 또한 해당 의원 동의를 얻어 같은 날 거래 내역을 공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가상자산 신고를 한 의원 11명 명단과 투자 규모 등이 구체적으로 보도됐다. 국민의힘에서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 김정재·이양수·유경준·이종성 의원 등 5명이, 민주당은 김상희·김홍걸·전용기 의원 등 3명이 포함됐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황보승희 무소속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김홍걸 의원은 1억원 이상, 권 장관과 이양수 의원은 수천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문위는 신고한 의원 대다수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보도 내용을 근거로 국민의힘에 권 장관을 윤리특위에 제소하라고 요구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입법 관련 이해충돌 부분도 있고 (거래)금액이 10억원이 넘는 등 상당히 크다. 업무시간에 거래가 있었다는 보도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일련의 과정이 민주당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윤리특위는 오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남국 의원 징계안을 소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인데, 민주당이 이르면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징계안이 처리될 것으로 전망되는 김 의원 건과 다른 의원들 건을 뭉뚱그려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비난을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통화에서 “의원들은 비공개를 전제로 제출한 것이고, 더 문제 있는 분들이 제출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러면 앞으로 누가 성실하게 제출하겠느냐”며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향했던 비난의 화살이 국민의힘을 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유재풍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고발 방침과 관련해 통화에서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을 신고하지 않아도 국회법에 처벌 조항이 없어 양심적으로 신고한 의원들만 비판을 받는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결의한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한 전수조사에 소극적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소속 의원 전원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원내 지도부가 제출받은 뒤 국민의힘에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전수조사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며 “민주당이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를 권익위에 제출하면 우리도 제출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이 제출할 의사도 없으면서 ‘김남국 물타기’를 위해 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이 국회법에 따른 국회 내 위원회에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정보를) 민주당에만 슬쩍 흘렸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국민들에게 밝힌 것은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비판이 부당하다고 느끼더라도) 공인이라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그걸 가지고 고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여당 인사의 가상자산 내역은 비밀이고 개인정보냐. 아주 지독한 내로남불이고 비양심의 극치”라며 “자문위로 형사 고발로 입을 다물게 만들겠다니 도둑놈이 몽둥이를 드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