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최악 혼돈 … 증시·통화 동반 급락
수만명 시위대 고속도로 점거
IT기업 70% 일부사업 해외로
노조원 80만명 총파업 예고
백악관 "국민 동의 필요" 유감
네타냐후 訪美일정 영향 주목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법안 개정을 끝내 강행하면서 이스라엘이 최악의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의료·안보 등 사회 인프라스트럭처에 구멍이 뚫리고 경제도 마비되고 있다. 미국 등 서방 동맹국과 관계가 악화되는 등 외교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개정안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민주주의에서 주요한 변화가 계속되려면 가능한 한 광범위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혀왔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25일 로이터통신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가 전날 우파 연정이 발의한 '사법부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이후 반정부 시위는 최고조로 격화했다. 통과된 개정안은 사법부의 행정부 견제 기능을 삭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기존 법은 대법원이 행정부의 주요 결정을 들여다보고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면 이를 뒤집을 수 있게 했다. 이스라엘은 헌법이 부재해 대법원이 유일하게 정부 정책을 견제·심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에 선출되지 않은 법관 권력이 선출된 정부보다 우위에 서는 것이 비민주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개정안 통과 직후 시위대 수만 명이 수도 텔아비브를 지나는 아얄론 고속도로를 점거했다. 경찰은 물대포를 이용해 고속도로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하려고 했지만 이에 실패하자 기마대를 동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 정비' 개편안 두 개를 더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도 반대 시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영국 채널4 뉴스 인터뷰에서 "정부가 다수에 의해 불법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시민 불복종, 즉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파장이 일고 있다. 150개 주요 사업체가 소속된 '비즈니스 포럼'은 이날 파업을 선언하고 주요 쇼핑센터, 주유소 등이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회원 수 80만명인 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은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스라엘 정보기술(IT)·스타트업 중 70%는 일부 사업을 해외로 이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법안 처리 이후 현재 텔아비브 증권거래소(TASE) 주요 주가지수는 최대 2.5%까지 떨어졌고, 이스라엘 통화인 셰켈의 달러 대비 가치는 1% 하락했다.
앞서 주이스라엘군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예비군 1만여 명은 복무 거부를 선언했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를 포함한 예비군 1만명과 정보부대 예비군 1100명이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이란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등과 대치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에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예비군을 향해 "군 복무를 정치적 논쟁과 분리하라"며 복무 재개를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방미 일정에도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백악관에서 재집권 7개월 만에 초대장을 받았지만 구체적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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