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사유 아니다" 만장일치 기각 … 野 무리수에 책임론

이윤식 기자(leeyunsik@mk.co.kr), 이지용 기자(sepiros@mk.co.kr), 김정석 기자(jsk@mk.co.kr) 2023. 7. 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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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으로 167일 만에 업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후 충남 청양군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 작업 중인 장병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전원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주도한 탄핵 청구와 관련해 "탄핵 사유가 아니다"며 만장일치 기각 결정을 내렸다. 또 이 장관이 헌법은 물론이고 재난안전법, 국가공무원법 등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탄핵을 청구한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당 3당의 논리를 일일이 반박했다. 헌재는 이미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헌법상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이미 유사한 헌재 판례가 있음에도 야권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한 탄핵을 시도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5일 헌법재판소는 크게 사고 전 행위, 사고 후 행위, 사고 후 발언 등 세 가지로 나눠 민주당 등이 주축이 돼 제기한 이 장관 탄핵소추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참사 전 행위에 대해서는 △사전 재난 예방 조치 △재난안전법상 집행관리 계획 작성 △다중 밀집 사고 예방 △재난안전법상 통신망 구축 및 연계 등 의무를 위반했는지를 따졌다. 헌재는 "재난안전법 시행령은 재난조치 주관 기관이 특정되지 않은 재난이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참사 발생 전 미리 재난조치 주관 기관을 지정하지 않았다고 위법인 것은 아니다"고 했다.

헌재는 이 장관의 사후 대응에 대해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설치·운영하지 않은 점 △현장 대응 조치 △중앙재난안전실장에 대한 지시 △헌법상 국민 생명 보호 의무 위반 등으로 구분해 판단했다. 중대본·중수본을 설치·운영하지 않은 데 대해 헌재는 "2022년 10월 30일 오전 1시께 소방재난본부장으로부터 보고받을 당시 긴급구조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피해 상황, 규모가 명확히 파악됐던 게 아니다. 피청구인이 중대본과 중수본 운영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또 "참사 당시 구조조치의 혼란은 이 장관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결과로 볼 수 없다"며 헌법상 국가의 국민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 장관이 참사 후 한 발언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10월 30일 긴급현안 브리핑에서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헌재는 "피청구인은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답변의) 부적절성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하고 사과했다.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재난 및 안전관리 의무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탄핵 기각 소식에 국민의힘은 "무책임한 탄핵 추진으로 안전 컨트롤타워가 해체된 책임을 지라"며 야당을 맹비난했다. 반면 민주당은 "헌재 판결에도 불구하고 책임이 분명히 있다"며 국회에 상정된 이태원참사특별법 추진에 되레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은 반(反)헌법적 탄핵소추로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를 해체시키고 그로 인해 엄청난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국민 피해만 가중시킨 민주당의 습관적 '탄핵병', 이제는 국민 심판으로 죗값을 치러야 한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행안부 장관이 탄핵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의 필요성이 더 시급해졌다고 보며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신속히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윤식 기자 / 이지용 기자 /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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