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톡]"교사 인권도 보장해야"…학생인권조례 개정 추진

송연순 기자 2023. 7. 2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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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정당한 교육활동 방해" 지적 제기
시도교육청 악성 민원도 적극 대응 나서
초등교사 99.2%, "교직생활 중 교권침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사망한 가운데 대전교육청 정문 앞 마련된 추모공간에 고인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다. 사진=대전교사노조 제공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새내기 교사의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학생인권조례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학생의 권리만 강조하고 책임은 빠졌다는 지적에 따라 지방의회와 교육청 등이 학생인권조례 개정에 나선 것이다.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학생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사생활 자유 등이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돼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곳은 서울과 경기, 인천, 충남, 광주, 전북, 제주 등 7곳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잇따라 터져 나온 교권 침해 사례 탓에 여러 차례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충남도의 경우 도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내용으로 한 주민 서명부를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제출된 이 서명부에는 폐지 청구를 위한 1만 2073명 조건을 훌쩍 넘긴 2만 963명의 서명이 담겼다. 도의회는 서명의 유효성을 따져 이르면 오는 9월 회기에서 운영위원회의 적격 심의를 거쳐 폐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충남학생인권조례는 2020년 7월 1일 공포됐는데 체벌과 폭언 금지, 양심과 종교의 자유, 용모와 복장 자유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타 지자체와 시도교육청도 학생인권조례 개정 검토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현행 인권조례에 학생의 책임이 언급된 부분을 강화·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교사 및 다른 학생 등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학생은 학교의 교육에 협력하고 학생의 참여하에 정해진 학교 규범을 존중해야 한다' 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에 학생의 권리 외에 책무성 조항을 넣는 부분에 대해서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도교육청도 '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교장 등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4조(책무) 3항에 '학생 및 보호자는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추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학생 개인의 권리 보호 중심인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모든 학생의 학습권 및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전면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과 전북도교육청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직원까지 인권 보호 대상을 넓힌 '학교 구성원 인권 증진 조례'와 '전북교육인권조례'를 각각 시행 중이다. 이번에 교원 안전을 살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인권조례 개정과 함께 다수 학생의 학습권을 저해하는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교권회복을 꾀하려는 조치도 나오고 있다.

부산시교육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 교육활동 보호 담당팀을 꾸려 악성 민원에 직접 대응하기로 했다. 형사처벌에 해당하는 사건이나 스토킹·접근금지 사안일 경우 교육청에서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교권 침해를 당한 교원에게 법률 비용과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경북도교육청도 다음 달 중 변호사, 전문 상담사, 의료인, 퇴직 교원 등으로 구성된 '교권 보호 긴급 지원단'을 꾸리고, 피해 교원이 있는 학교를 찾아가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초등학교 교사 99.2%가 교직 생활 중 교권 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25일 나왔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이 21-24일 전국 초등교사 2천3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교권 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99.2%인 2370명에 달했다. 교권침해 유형으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49.0%)이 가장 많았고,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불응·무시·반항'(44.3%), '학부모의 폭언·폭행'(40.6%), '학생의 폭언·폭행'(34.6%) 등이 뒤를 이었다.

초등교사노조는 교권침해 사례도 접수했는데 나흘 만에 교사 2000여 명이 참여했다. 접수된 내용 가운데는 교사의 인격을 모독하는 학부모 폭언이 다수 포함됐다. 한 학부모는 본인의 자녀가 따돌림을 당했다고 항의하면서 학교로 찾아와 교사에게 "애는 낳아봤냐?"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인권 침해도 심각했다. 학생이 수업 중 큰 소리로 "아, 재미없어, 이거 왜 해, X 같네" 등의 욕을 한 사례도 접수됐다. 학생이 교사를 몰래 촬영해 단체채팅방에 공유하고 성희롱을 일삼은 사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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