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의 마법"… 펀드 20년 묵혔더니 11배 올랐다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2023. 7. 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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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운용 장기펀드 분석
미래에셋 디스커버리 펀드
수익률 1040%로 1위 차지
신영운용도 장기펀드 두각
펀드 상당수 고배당주 담아
ETF에 밀려 최근 인기 주춤

미국 유명 펀드매니저인 피터 린치의 마젤란펀드는 13년 동안 2700%가 넘는 수익률을 거뒀지만 투자자의 절반은 손실을 기록했다.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따라서 파는 단기 매매에 치중한 결과로, 당시 투자자들의 평균 투자 기간은 1년 남짓에 불과했다.

잘 분산된 공모펀드에 장기 투자할 경우 우수한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것은 미국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운용된 지 20년 이상 된 장기 펀드에 꾸준히 자금을 넣었을 경우 상당한 투자 성과를 기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지수펀드(ETF)의 부상으로 국내 공모펀드가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장기 공모펀드는 설정 이후 최대 1000% 이상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며 '이름값'을 하고 있다.

25일 한국펀드평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장기 펀드의 최근 20년 평균 누적 수익률은 269%를 기록했다.

국내 공모펀드 열풍을 주도한 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디스커버리펀드와 인디펜던스펀드를 비롯해 신영자산운용의 밸류고배당펀드·마라톤펀드와 베어링자산운용의 고배당펀드다.

대다수가 국내 주식형 펀드로, 긴 운용 경력을 토대로 장기 투자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수익률 선두를 지키고 있는 미래에셋디스커버리펀드의 2001년 설정 후 누적 수익률은 1040%(24일 기준)에 이른다. 신영마라톤펀드 역시 2002년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이 600%를 기록했다.

이들 펀드는 각 운용사의 운용 철학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펀드로도 꼽힌다.

미래에셋 디스커버리와 인디펜던스는 2000년대 국내 공모펀드 열풍을 주도한 대표적인 펀드다. 가령 인디펜던스펀드는 2001년 출시 이후 자금이 밀려들며 이듬해 설정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신영자산운용 역시 1996년 설립 이후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일관된 투자 철학을 고수하며 밸류고배당펀드·마라톤펀드 등을 운용해 가치투자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규모가 큰 장기 운용 펀드의 상당수가 안정적인 고배당주에 주로 투자하는 배당주 펀드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설정 이후 732%, 베어링고배당펀드는 603%로 높은 성적을 내고 있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현재 순자산 규모가 1조1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운용총괄본부장은 "주도주만을 좇는 것이 아닌 긴 기간 꾸준한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종목에 투자하는 장기 펀드들이 살아남은 것"이라며 "특히 배당주의 경우 주가 예측 가능성이 높고 장기수익률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투자 대상"이라고 말했다.

20년 이상 장기 운용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부침을 겪기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이들 장기 운용 펀드수익률도 -40%에 이르는 최악의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펀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도 했지만 시장 상황에도 개의치 않고 장기 투자한 이들은 결국 수익률을 회복할 수 있었다.

장기 운용 펀드의 설정액 규모가 최근 크게 늘지 않고 정체돼 있다는 것은 한계로 꼽힌다. 수수료가 보다 저렴하고 투자 종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ETF의 등장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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