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맹꽁이 잡아 옛 쓰레기매립지 방사? 이상한 이주계획

박임근 2023. 7. 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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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 효자동의 옛 대한방직 터에는 맹꽁이가 산다.

개발사업자가 대한방직 터에 사는 맹꽁이들을 붙잡아 다른 곳에 풀어놓겠다며 멸종위기종 포획·방사 신청을 한 것이다.

"맹꽁이를 사지로 몰아넣는 부실한 포획 및 이주계획 허가를 전면 재검토해야합니다."

사업자인 ㈜자광이 요청하고 전북지방환경청이 허가한 맹꽁이 포획·방사 기간은 10월31일까지로, 11월5일까지 이주완료 보고서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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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맹꽁이. 〈한겨레〉 자료사진

전북 전주시 효자동의 옛 대한방직 터에는 맹꽁이가 산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다. 언제부터 그곳에 보금자리를 틀었는지는 알 수 없다. 환경단체가 지난해 6월 청음조사로 맹꽁이 서식을 확인한 게 처음이다. 올해 5월 청음조사에서도 수로와 마른 습지 등 8곳에서 맹꽁이 서식이 확인됐다고 한다. 환경단체들은 전주 서부신시가지개발사업이 지연되면서 오랜 기간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방치된 사이 맹꽁이들이 들어와 주인행세를 하게 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하지만 막혔던 개발사업이 재개되면서 맹꽁이들 처지가 불안해졌다. 개발사업자가 대한방직 터에 사는 맹꽁이들을 붙잡아 다른 곳에 풀어놓겠다며 멸종위기종 포획·방사 신청을 한 것이다. 전북지방환경청도 이를 허가했다. 문제는 사업자가 신청한 방사 예정지가 맹꽁이가 살기엔 부적합한 환경이라는 데 있다. 맹꽁이는 서식지를 인위적으로 바꿀 경우 폐사 확률이 높은 예민한 동물이다. 전북환경운동연합과 한승우 전주시의원이 25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맹꽁이를 사지로 몰아넣는 부실한 포획 및 이주계획 허가를 전면 재검토해야합니다.”

사업자인 ㈜자광이 요청하고 전북지방환경청이 허가한 맹꽁이 포획·방사 기간은 10월31일까지로, 11월5일까지 이주완료 보고서를 내야 한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포획 시기와 방법, 절차 등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한다.

올해 5월29일 저녁 옛 대한방직 터 경계 청음조사를 통해 확인한 맹꽁이 서식지. 1, 7, 8번이 올해 확인한 맹꽁이 서식지.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당연히 거쳐야 할 국립생태원 전문가의 현장 확인 절차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맹꽁이가 특히 예민한 시기입니다. 짝짓기와 산란이 8월까지 이어지니까요. 일단 개체수와 서식지 조사부터 한 뒤 포획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한승우 시의원의 말이다. 그는 대체 서식지로 정한 삼천 생태학습장이 맹꽁이 서식환경으로 부적합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맹꽁이는 일시적으로 물이 고이는 습지에 알을 낳습니다. 수변인 삼천 생태학습장은 그런 습성에 전혀 부합하지 않아요. 맹꽁이는 수변에 사는 청개구리와 다릅니다.”

삼천 생태학습장은 과거 생활쓰레기를 매립했던 곳이다. 게다가 하천 옆에 위치해 있어 홍수기에 맹꽁이가 불어난 물에 휩쓸릴 우려도 크다. 2021년 5월에도 맹꽁이 230여 마리를 풀어놨으나 1년 뒤 확인해보니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6월24일 옛 대한방직 터에서 울음소리로 확인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맹꽁이 서식 구간.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전북지방환경청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다. 청 관계자는 “환경단체들이 삼천 생태학습장의 문제점을 여러번 얘기해서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이번처럼 비가 많이 오면 맹꽁이가 쓸려 내려갈 수 있다. 하천 주변이 아닌 다른 5곳으로 대체 서식지를 변경하라는 이주계획서를 자광 쪽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맹꽁이들의 이주가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전주 삼천 생태학습장(홍산교 좌안)은 하천이 주변에 있어서 호우에 산란기의 맹꽁이가 쓸려 내려갈 위험이 크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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