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탄핵소추권 남용, 국민 심판 받게 될 것”…야당 비판에 초점

유정인·유설희 기자 2023. 7. 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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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성동훈 기자

대통령실은 25일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하자 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를 “반헌법적 행태”로 규정하고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 결정의 핵심 의미를 ‘부당한 탄핵소추 확인’으로 해석하면서 야당을 강경한 어조로 비판했다. 주무 장관의 책임을 둘러싼 법률적 판단은 일단락됐지만 사회적 재난에 대한 국가의 대처 방식을 두고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헌재의 결정이 나온 뒤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거야의 탄핵소추권 남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탄핵소추 제도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그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헌재 결정에서 정부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 대응이 미흡했다고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야당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대통령실이 공식 입장에서 ‘심판’이라는 강한 표현을 들어 야당을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 선거 국면에서는 ‘정권 심판’ 등의 구호를 활용하지만 집권 세력이 되면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행정부에서 내는 경우가 드물다.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2월 “의회주의 포기”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한 데에서도 표현 수위를 더 높였다.

이같은 강경 비판에는 탄핵소추를 야당의 ‘정치 공세’ ‘정치적 탄핵’으로 판단한 시각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헌재 결정 직후 배포한 입장문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한 “소모적인 정쟁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이 법적 잘못이 없다고 하면 사과는 민주당이 해야 한다”며 “국무위원 탄핵이라는 초강수를 오로지 정략과 정쟁용으로 둔 뒤에 헌재 결정으로 백일하에 (야당 잘못이) 드러났는데도 반성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일부에서는 행안부가 167일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 ‘행정공백’에 대한 야당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헌법재판관 9명이 전원일치로 기각 결정한 데다 주요 쟁점에서 모두 탄핵 사유가 인정되지 않은 점도 강한 어조의 비판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헌재의 결정으로 국가의 책임 범위에 대한 논쟁, 이 장관 거취 문제를 일단락 짓고 행안부 체제 정비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엄연히 책임이라는 것은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라며 재난 주무부처 장관의 책임 범위를 법률적 책임으로 제한해온 만큼 향후에도 이같은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무직 고위공직자가 지는 책임의 방식이 ‘법률적 책임’으로 한정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법률적 판단은 일단락됐지만 국가의 책임 범위, 책임의 방식을 두고는 논쟁이 계속될 수 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모든 국가의 행정기관들은 (이태원 참사로 숨진) 159명의 국민을 외면했다”며 “우리는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니냐”고 말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은 사라졌다. 이제 정부의 재난 대응 실패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게 됐다”며 “윤석열 정부는 여전히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은 나 몰라라 하며 야당 탓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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