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프랑스 전투기 편대, 佛참전용사 잠든 유엔공원 상공에
양국군 모두 "다양한 수준의 연합훈련 계속했으면"
(부산=뉴스1) 허고운 기자 = 25일 오후 비가 내리는 공군 김해기지 활주로에서 우리 공군 F-15K 전투기 3대가 우렁찬 엔진음을 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뒤이어 프랑스 항공우주군의 '라팔' 전투기 2대가 이륙, 우리 공군 전투기와 편대를 이뤘다.
지상 활주 과정에서 전투기 후방석에 앉은 조종사들은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삼색기)를 펼쳐 보였다. '라팔' 전투기 2대 중 1대의 후방석엔 우리 공군 조종사가 탑승하고 있었다.
양국 전투기들은 이날 부산 해운대 상공까지 날아간 뒤 고도를 높여 광안대교, 유엔기념공원, 부산 신항만, 거가대교 일대 상공과 남해안 임무 공역을 비행했으며 1시간30분가량 지나 기지로 복귀했다.
양국 전투기들은 특히 프랑스군의 한국전쟁(6·25전쟁) 참전용사 47명이 안장돼 있는 유엔기념공원 상공에선 올해 정전 제70주년을 맞아 '추모 비행'을 하기도 했다.
양국 전투기들의 출격에 앞서 김해기지에선 프랑스군의 MRTT도 이륙했다. 프랑스군의 MRTT는 충주기지에서 출발한 우리 공군 F-16 전투기들과 동해 상공에서 만나 약 3시간 동안 연합 공중급유훈련을 수행했다.
프랑스군 MRTT엔 우리 공군 조종사와 공중급유사도 함께 탑승해 국내 비행절차에 대해 조언해주고, 프랑스군의 공중급유 과정을 참관했다고 한다. 프랑스군 MRTT는 우리 공군이 운용 중인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와 뼈대는 같지만 의료 및 긴급 구호물자 수송 능력을 좀 더 뛰어나다.
우리 공군 관계자는 "관련 분야를 배우기 위해 우리 측 인원을 프랑스군 기체에 탑승시켜 상호 교류를 실시했다"며 "공중급유 방식도 유럽 전투기들과 우리가 좀 다르기 때문에 공중 급유사가 탑승해 노하우를 배우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불 양국 전투기의 이번 연합 공중훈련은 프랑스 항공우주군의 '페가스 2023' 훈련 일환으로 실시됐다. 이를 위해 프랑스 '라팔' 전투기 2대와 A400M 수송기 1대, A30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MRTT) 1대가 전날 우리나라에 처음 전개됐다. 훈련은 김해기지를 거점으로 사흘간 진행된다.
우리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장인 주성규 준장은 이날 프랑스 항공우주군 장병들과 인사하며 "한국 국민은 한국전쟁에 참가한 프랑스의 도움을 감사히 여긴다. 지금 이 자리에서 후손들이 연합훈련을 하는 모습을 (참전용사들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시다면 뿌듯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불 양국 장병들은 상대국의 항공 전력을 상호 방문하면서 경험을 공유하고 전술토의도 했다.
프랑스군 장병들은 김해기지에 주기 중이던 우리 공군 수송기 C-130J가 2018년 사이판 태풍피해 긴급 구호, 2021년 아프가니스탄 내 우리 정부·기관 조력자 구출을 위한 '미라클 작전', 그리고 올해 수단 교민 구출을 위한 '프라미스 작전' 등에 투입됐단 설명을 듣고는 "알고 있다. 훌륭한 일이었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또 프랑스 측은 자국 A400M에 우리 장병들을 초대해 조종석까지 보여주며 그 제원과 기능 등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우리 장병들은 "기체 내부가 크고 시설이 좋다"며 열정적인 자세로 상호 교류에 임했다. A400M은 우리 군 당국의 대형수송기 도입 사업 후보로도 거론되는 기종이다.
이날 프랑스군과의 상호 교류에 참가한 김민지 공군 제251공수비행대대장(중령)은 "한국전쟁에서 함께 싸운 프랑스 항공우주군과의 연합훈련을 통해 양국 공군 간 우호와 상호 운용성을 높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군사교류·협력으로 향후 연합 공수작전 수행능력을 높여나가면 좋을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프랑스 '페가스23' 훈련단장인 마크 르부이 항공우주군 준장도 "양국이 공동으로 운용하는 기종들이 있는 만큼 경험 공유 차원에서 다양한 수준의 연합훈련을 지속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항공우주군은 26일까지 우리 군과 연합훈련을 진행한 뒤 일본과 인도네시아에도 들를 예정이다. 이후 이들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지부티를 거쳐 본국으로 돌아가며 이번 '페가스' 훈련을 마무리한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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