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막으려면 하천 준설 필요 … 환경평가 면제까지 검토
이달 충청 이남지역에 역대급 폭우로 사상자 수십 명이 발생했다. 올 상반기엔 호남 지방에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홍역을 치렀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폭우와 가뭄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물관리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매일경제는 환경부와 공동으로 좌담회를 열고 국가 물관리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좌담회는 지난주 집중호우 직전에 개최됐고, 홍수 대책과 관련된 부분은 추가 서면 질의를 통해 답변을 보완했다. 좌담회에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과 배덕효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소재향 글로벌워터파트너십(GWP) 기술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번 좌담회에서 한 장관은 "현재 지방 하천 설계 기준은 50~100년 빈도"라며 "홍수 위험이 큰 하천에 대해서는 500년 빈도로 안전 기준을 상향하고 재정 여건과 우선순위에 따라 탄력적으로 정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수 대책을 기존 '수동적인 방어' 개념에서 '적극적인 예방'으로 전환해 국가와 국민이 입는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가 하천은 100~200년에 한 번 올 만한 홍수에 대비해 제방 등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지방 하천은 이 목표치가 50~100년으로 더 낮다. 앞으로는 국가 하천과 지방 하천을 막론하고 과거 최대 강우량 등을 고려해 홍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면 500년 만에 한 번 올 만한 비에도 하천이 버텨낼 수 있도록 목표치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홍수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 일부 지방 하천은 국가 하천으로 승격한다.
한 장관은 "홍수 가능성이 높은 지방 하천은 국가 하천으로 승격해 하천 관리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지방 하천 및 해당 지류·지천에 대해선 시도에서 정비 예산을 부담하지만, 국가 하천으로 승격되면 100% 정부 재정으로 관리된다. 환경부는 연말께 승격 대상 하천을 선정하고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초에 승격 여부를 확정할 전망이다. 배 위원장은 "그동안 홍수 피해가 발생한 뒤 사후 복구 위주의 정책에 집중한 면이 있다"면서 "앞으로는 사전 예방을 위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투자가 미흡해 최근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지류·지천에 대한 정비사업을 추진해 더 큰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4대강 본류는 과거 4대강 사업 때 대규모 준설 등을 실시해 홍수 위험이 줄었지만 지류와 지천은 정비가 되지 못해 홍수에 취약한 상황"이라며 "그간 미뤄왔던 중소 규모 지류·지천에 대한 정비를 대대적으로 시행해 하천 주변 홍수 피해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지류·지천 중 퇴적물이 많이 쌓인 구간에 대해서는 침전물을 파내는 등 준설에 착수하고 하천 폭을 넓혀 비가 왔을 때 물이 쉽게 넘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류·지천 정비 사업은 본류 정비에 그쳤던 4대강 사업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포스트 4대강 사업'으로 불린다. 소 위원장은 "최근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홍수에서 부각된 가장 큰 문제는 피해 지역 주민들을 위한 알림이나 정보 시스템이 부족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수 피해가 집중된 국가의 대책과 문제점을 반면교사로 활용해 한국도 예보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권고다. 소 위원장은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예상치 못한 피해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공지능(AI)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를 홍수 예보에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GWP는 국제사회 물관리를 위해 1996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한국을 비롯한 77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번 홍수 피해를 계기로 하천 준설 등 긴급한 재해 예방 사업에 대해서는 최소 1년이 걸렸던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단축하거나 면제를 추진한다.
한 장관은 "지류·지천의 재해 예방 사업을 빠르게 완료해 다음 홍수기가 오기 전에 치수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환경영향평가 기간 단축·면제는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시행이 가능한 만큼 정부는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 장관은 이어 "지난 정부에서는 획일적인 보 개방으로 소수력 발전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연간 8만명이 쓸 수 있는 전력 손실이 있었다"며 "16개 보의 소수력 발전기를 정상화해 보를 활용한 전력 생산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소수력 발전기는 16개 보에 설치돼 있는데 현재 발전이 중단됐거나 제한적으로만 발전이 이뤄지는 9개 보를 정상화해 매년 약 97GWh 전력을 추가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또 "방치된 세종보 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켜 금강을 수상레저 등 친수공간으로 활용하고 2025년 세종시에서 개최될 국제정원도시박람회를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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