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운전자 폭행=견책’ ‘강제추행=정직 1개월’···제 머리 못 깎는 감사원 [감사원, 누가 감사하는가①]

조문희 기자 2023. 7. 2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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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실서 입수한 5년간 자료 분석
감사원, 16명 내부 직원 징계 조치 최소화?
‘비위 행위’ 직원 자체 감찰은 6명에 그쳐
2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표지석. 조태형 기자

운전 중인 택시기사를 폭행한 공무원에게 행정기관은 어떤 수준의 징계를 처분해야 할까? 지하철에서 여성을 추행한 공무원은 어떨까? 이들이 각각 견책,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는 것으로 끝났다면 행정기관을 감사하는 감사원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경향신문이 25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자체 감찰 및 수사기관의 범죄 통보를 통해 적발한 직원 16명의 비위 행위에 대해 징계 처분을 했다. 운전자 폭행 혐의를 받은 직원은 견책,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직원은 정직 1개월 징계에 그쳤다. 이들은 모두 5급 사무관이었다. 버스에서 다른 승객을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은 7급 직원도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징계받은 감사원 직원 16명 중 대다수는 견책, 감봉, 정직 수준의 징계를 받았다. 징계로 강등된 직원은 둘뿐이었다. 하급 직원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한 5급 사무관, 폭언 등 혐의를 받은 6급 직원이 강등 징계를 받았다. 음주운전한 6급 직원 둘은 각각 정직 3개월, 음주측정을 거부한 3급 고위 공무원은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운전자 폭행은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규율되는 가중처벌 대상으로 경징계인 견책 처분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국민안전처 소속 공무원이 만취 상태로 탑승한 택시의 기사를 폭행했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소속 기관에서 감봉 1개월 징계를 받은 일이 있었다. 이 공무원은 감봉 처분 취소소송을 냈으나 재판부는 “공무원 징계령 시행 규칙상 강등 및 정직에 해당하는 행위”라며 “감봉 1개월을 내린 처분이 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변호사 시절 택시기사 음주 폭행 사실이 알려지면서 취임 반년 만에 자진 사퇴했다.

강제추행, 불법촬영 혐의 직원에 대한 감사원의 정직 1개월 징계처분은 징계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조치만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성비위 혐의는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 등 공무원 징계 관련 규정 다수가 중징계 의결 대상으로 적시한다. 견책·감봉은 경징계, 정직·강등·해임·파면은 중징계라는 통상의 분류를 감안하면 감사원의 내부 직원 징계는 최소한에 그친 것이다. 정직 1개월에 그친 음주측정 불응 역시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상 정직부터 최대 해임 처분까지 가능한 대상이다.

감사원의 자체적인 내부 감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정황도 나타났다. 총 16명 중 수사기관으로부터 범죄사실을 통보받아 징계한 직원은 10명인 반면 내부 감찰로 적발한 비위 직원은 6명에 그쳤다. 그마저도 내부 정기감사로 적발한 건은 하나도 없고 피해자 신고 내지 제보로 사안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자체 감찰로 징계처분한 사례 가운데에는 겸직금지 위반, 직무 관련자와의 여행, 감사 대상 기관을 상대로 한 사적 지시에 따른 이권 개입 등이 포함됐다. 모두 감사기관인 감사원 공무원이 해서는 안될 일이다. 징계 수위는 각각 견책, 정직 3개월, 정직 3개월이었다. 이외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폭언 등 혐의자가 포함됐다.

감사원이 국회의원을 상대로 내부 직원 징계 관련 내용을 축소 내지 은폐한 정황도 있었다. 김 의원실에 감사원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6월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어느 7급 직원의 비위 내용은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표기돼 있다. 김 의원실 확인 결과 해당 직원은 같은 시기 직장 내 성비위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된 바 있었다. ‘등’ 표기로 성비위 혐의를 묻어둔 셈이다.

음주운전 징계 사례에도 이상한 점이 있다. 김 의원실이 받은 자료엔 음주운전 혐의자만 적혀 있는데,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변호사가 2021년 감사원에서 받은 자료에는 ‘위험운전치상’이라고 써 있다. 음주나 약물 영향을 받는 가운데 자동차를 운전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적용되는 혐의로 가중 처벌 대상이다. 범죄 통보가 그해 5월15일, 징계 수위가 정직 3개월로 유사점이 많아 동일인일 확률이 크다. 대통령실까지 감사하는 최상급 감사 기관인 감사원이 의원실 질의에까지 허위 내지 축소 답변을 한다면 감사원을 감시할 수단은 많지 않다.

감사원은 그간 다른 기관 직원의 비위 행위에 대해선 엄격한 처분을 주문해 왔다. 2021년 8월 충북 제천시 정기감사보고서를 보면 감사원은 제천시 공무원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됐음에도 직위해제 필요성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의를 요구한 바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정하는데, 징계위 구성은 외부 위원이 다수”라며 “그들이 징계 양정하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말고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감찰을 열심히 해도 밖에서 친 사고로 수사 결과가 통보되는 사안에 대해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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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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