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덕칼럼] 미지수 x

손현덕 기자(ubsohn@mk.co.kr) 2023. 7. 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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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AI ③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
엄청난 생태계가 형성된다
빠르게 추격하고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중학교 수학 시간에 미지수라는 걸 배웠다. 방정식에서 구하려고 하는 수. '2x=6'. 그러면 x=3. 그 x를 미지수라고 불렀다. 주변 상황에 따라 x의 값은 달라지는, 그래서 알 수 없는 미지(未知)의 수.

X에 꽂힌 사람이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다. 아들 이름에도 X를 넣더니 어제는 트위터 로고도 파랑새에서 X로 바꿨다. 우주를 개척하겠다고 만든 '스페이스X', 첫 SUV 전기차는 '모델X', 그리고 얼마 전 미국 네바다주에 세운 인공지능 스타트업 회사도 'xAI'다.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려는 욕망을 그는 알파벳 X로 상징화한다. 네이버도 한 달 후 선보일 생성형AI 서비스 이름에 x를 붙였다. 하이퍼클로바X라고.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AI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바로 이 X다. 시너지고 확장이다. 작년 11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그저 그런 동네에 위치한 베이지색 3층 건물에 근거지를 둔 오픈AI가 챗GPT3를 내놓았을 때 세상은 충격에 빠졌다. 이제 기계가 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이해하고 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에 놀랐다. 일반인들이 챗GPT의 능력에 경악할 때 전문가들은 다른 차원에서 전율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첫째, 초지능까지 진화하는 건 시간문제다. 둘째, AI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쉽게 말하면 구글이나 한국의 네이버 같은 검색엔진은 설 땅이 없어질 수 있다는 얘기. 그리고 셋째, 사람들은 돈 주고 이 새로운 서비스를 구매할 것이다.

그 충격과 예상은 4개월 후 현실화된다. 오픈AI는 플러그인(Plug-in)을 공개했다. '역시 그거였어'라는 반응. 그리고 '이렇게나 빨리'였다. 마치 전기 콘센트에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텔레비전 등 각종 가전설비의 플러그를 꽂고 생활편의를 누리는 것처럼 생성형AI에 추가 확장된 기능을 붙여 휴대폰에 깔린 앱처럼 편의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여행업체인 익스피디아가 대표적인 사례. 챗GPT에 올여름 가장 해외여행하기 좋은 곳이 어디냐고 물었는데 일본 홋카이도가 나왔다면 플러그인돼 있는 익스피디아를 불러 쾌적한 숙박시설과 가장 싼 항공권 예약해 달라고 주문하는 식이다. 일일이 검색하지 않고 말로. 그게 생성형AI가 가져올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다. 오픈AI는 일단 초기에 11개의 플러그인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게 어제 752개까지 늘었다. 판을 깔아주니 여기서 돈을 벌겠다는 스타트업 등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하루에 두 자릿수 증가는 기본. 시너지고 확장이다. 더욱 놀라운 건 플러그인 서비스도 생성형AI의 서비스 혁신을 말해주는 한 예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본지 실리콘밸리 특파원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미국의 메타가 챗GPT에 대응할 '라마2'를 선보이고 애플도 곧 동참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빅테크 7개 기업 모두가 AI 전쟁터에 뛰어드는 셈이다. 이유는 자명하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죽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퍼스트무버니 패스트폴로어니 이런 논쟁 자체가 한가하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자국어로 거대언어모델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손가락에 꼽는데 대단하게도 대한민국도 그중 하나다. 우리 기업들도 생성형AI에 도전장을 내고 차별적 가치를 창출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건 네이버나 카카오 또는 LG 같은 AI 플랫폼을 지향하는 기업의 이슈다. 보다 중요한 건 이를 이용하게 될 많은 기업들과 개인, 그리고 정부조직 역시 이 거대한 기술적 변화에 올라타야 한다는 사실. 거기서 기존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부가가치를 올려야 한다는 사실. 아주 빠르게 추격하고 아주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그게 미래 방정식에서 미지수 x값을 구하는 작업이다.

[손현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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