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했던 `신림동 살인범`…범행 전날 휴대폰 초기화

범행 전날 오후5시 초기화…사건 관련 기록 없어
마트에서 식칼 절도하는 등 범행 도구 사전에 준비
펜타닐 진술 뒤집기도…감형 가능성 의식했나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흉기 난동을 벌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모(33)씨의 계획 범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조씨는 범행 전날 자신의 휴대폰을 초기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림동 흉기 난동’ 피의자 조모씨가 23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25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조씨의 휴대폰을 포렌식한 결과 조씨가 범행을 저지르기 하루 전인 지난 20일 오후 5시쯤 자신의 아이폰XS 휴대폰을 초기화했다고 밝혔다.

초기화 이후 웹 브라우저를 처음 접속한 기록은 오후 5시58분경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검색 기록이나 통화·메시지 기록, 사진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조씨는 지난 21일 신림동 일대에서 행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피해자들은 조씨와 일면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씨가 묻지마 계획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휴대폰 초기화는 증거 인멸 등을 목적으로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조씨는 범행 도구인 식칼을 할머니 자택 인근 마트에서 절도하여 미리 준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택시를 타고 범행 현장으로 이동했는데 택시비를 내지 않고 달아났으며, 절도한 식칼 2점 중 1점은 택시에 두고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씨는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진술했다가 뒤집기도 했다. 경찰이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를 실시한 결과는 ‘음성’이었다. 전문가는 심신미약 등 감형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이유에 대해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며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할머니가 ‘왜 그렇게 사느냐’고 꾸짖어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고 말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지난 21일 서울 지하철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30대 남성이 지나가던 행인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23일 서울 관악구 범행 현장에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이유림 (contact2@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