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6·25전쟁 잊을까 봐, 난 그게 두렵고 안타까워"
정신서 지면 센 무기 소용없어
대통령이 입혀준 '영웅 제복'
노병 모두 감격의 눈물 흘려
참전 유공자 4만여 명 생활고
명예수당 인상 신경 써줬으면
◆ 정전협정 70주년 ◆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손희원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장은 이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서울 강동구 호국보훈회관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한 손 회장은 "날이 갈수록 국민이 6·25전쟁을 잊는다는 사실이 두렵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 영령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사실을 국민이 기억해야 수난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육군 공병부대 장교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그는 6·25전쟁이 한반도에 그려낸 지옥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그는 아군이 전진할 때 보병보다 앞서 진격로를 열고, 퇴각할 때는 적이 진격하지 못하게 길과 다리를 파괴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손 회장에게 전쟁은 적이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 삶의 터전을 목숨 걸고 망가뜨려야 하는 일이었다. 그는 본대가 퇴각한 가운데 위험한 폭파 임무를 부여받고 통신이 두절된 상황에서도 정확한 판단으로 명령을 완수하고 모든 부하와 살아서 귀환해 무공훈장을 받았다.
손 회장은 "전쟁 때 부하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빨리 가기 위해 느리게 달리던 군용 트럭에 뛰어 올라탄 적이 있었는데, 전사자 시신이 그야말로 장작개비처럼 가득 차 있었다"며 "운전병에게 손을 흔들어도 차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전쟁 당시 소속 사단의 화장장에서 목격한 살풍경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손 회장은 "길게 철주를 걸쳐놓은 화장장에 시신을 쭉 놓고는 석유를 뿌려 화장했는데, 시신이 탈 때 '뻥뻥' 소리가 나기도 했다"며 "화장하는 도중 연기나 가스가 차서 시신의 배 속 장기가 터지는 소리였다"고 술회했다.
손 회장은 "우리가 강해야 상대방이 대들 수 없다. 개인이든 국가든 다 그렇다"면서 "절대 나라를 다시 뺏길 수 없다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정신이 지면 아무리 무기 체계가 좋아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 단결을 깨뜨리는 '가짜뉴스'나 북한의 대남 사이버 선전전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모두가 정신을 다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손 회장은 지난달 용산 대통령실에서 6·25전쟁 참전 유공자를 대표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웅의 제복'을 받았다. 그는 "뒤늦게나마 국가에서 '호국 영웅' 호칭을 받고, 대통령이 직접 영웅의 제복을 입혀줘서 노병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기억해주지 않는다면 누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느냐"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최근 80대 6·25전쟁 참전 유공자가 생활고에 시달려 마트에서 8만원어치 반찬거리를 훔치다가 붙잡힌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현재 6·25참전유공자회원이 4만명 정도 남아 있는데, 매년 상당수가 세상을 뜨고 있다"며 "살아 있을 때만이라도 참전명예수당을 좀 올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부 차원의 참전명예수당이 월 39만원인데, 내년에는 50만원이라도 되도록 위정자가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남아 있는 6·25전쟁 참전용사 4만여 명에게 매달 지급하는 참전수당을 11만원씩 올려 50만원으로 맞추는 데는 1년에 약 530억원이 든다. 이는 한국산 경공격기 FA-50 1대 가격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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