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韓소년도 날 그리워할까"…6·25 참전용사의 '사람 찾습니다'

이근평 2023. 7. 2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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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소년이었던 장 씨를 찾습니다. 이분도 나를 그리워할까요.”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소피텔앰버서더호텔에서 열린 참전용사 기자회견에 참석한 에드워드 버크너 씨(오른쪽)와 윌리엄 워드 씨. 연합뉴스


오는 27일 6·25 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부의 초청으로 방한한 미국 아칸소 출신 참전용사 윌리엄 워드(91) 씨는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옛 인연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 부대에서 옷을 빨아주고 신발도 닦아줬던 12살 소년 장 씨를 만나고 싶다”며 “전쟁의 참상 속에서도 가족들과 열심히, 또 성실하게 일하면서 용기를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밝혔다. 70년이 훌쩍 넘는 그간의 세월을 되짚듯 잠시 뜸을 들인 워드 씨는 “지금쯤 80대인 이분 역시 나를 그리워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국 출신 6·25 전쟁 참전용사 윌리엄 워드 씨가 찾고 있는 장 씨의 소년 시절 모습. 국가보훈부

자리를 함께 한 캐나다 참전용사 에드워드 버커너(91) 씨도 찾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앳된 소년의 사진을 꺼내들더니 “전쟁 당시 19세였던 나보다 더 어렸던 한국 소년 ‘조정성’ 또는 ‘조적성’을 찾는다”고 말했다. 버커너 씨는 “내가 부산에 막 도착했을 때 나를 굉장히 잘 돌봐줬고 북쪽으로 갔을 때도 많이 도와줬다”며 “일을 굉장히 잘했다. 그 덕분에 막사 바닥이 항상 깨끗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오랜 시간 소년의 사진을 소중히 간직했다는 버커너 씨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울먹이기도 했다.

캐나다 출신 6·25 전쟁 참전용사 에드워드 버커너 씨가 찾고 있는 조정성 또는 조적성 씨의 소년 시절 모습. 국가보훈부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2019년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최고령 참가자이자 우승자이기도 한 참전용사 콜린 새커리(93) 씨도 나왔다. 새커리 씨는 부산에서 열리는 정전 70주년 기념 행사에서 아리랑을 부를 계획이다. 아리랑에 관한 추억이 많다는 그는 “처음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아리랑이 자장가나 국가인 줄 알았다”며 “같이 근무했던 한국인 병사가 계속 아리랑을 불러 금세 따라 부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6·25 전쟁 후 이번에 처음 한국을 찾았다는 이들 모두 달라진 서울 풍경에 놀라워했고, 참전을 통해 한국이 지금처럼 발전하는 데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새커리 씨는 “황폐화됐던 땅에 고층 건물이 즐비한 것을 보고 그동안 한국이 이뤘던 성공과 발전이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북한군을 격퇴하는 임무를 우리가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기쁘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버커너 씨 역시 “한국은 정말 아름다운 나라”라며 “한국인은 친절하고 감사한 사람들”이라고 목멘 소리로 말했다.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베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국가보훈부의 재방한 유엔참전용사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윌리엄 워드(왼쪽부터), 캐나다의 에드워드 버크너, 영국의 콜린 새커리 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군에 입대할 때 유럽과 아시아의 두 전장 중 어디서 싸울 것인지 선택할 수 있었다는 워드 씨의 경우 “아시아를 선택한 건 지금도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기꺼이 같은 선택을 해 6·25 전쟁에 참전하겠다는 그는 “한국인은 대단하고 한국에서 싸운 것이 자랑스럽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가보훈부는 6·25전쟁 당시 유엔 참전용사들이 고국에 보낸 인기 기념품이었던 '아리랑 스카프'가 70년 만에 원형으로 복원됐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은 원형버전 아리랑 스카프(왼쪽)와 리뉴얼버전 아리랑 스카프. 국가보훈부

보훈부는 이번 정전 70주년을 기념해 22개 나라에서 64명의 유엔 참전용사를 초청했다. 이들은 이날 판문점을 견학한 후 26일 부산으로 이동해 만찬, 27일 기념식 본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보훈부는 또 연대의 상징으로서 ‘아리랑 스카프’를 이들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전쟁 당시 고국의 어머니와 부인에게 인기 기념품이었던 이 스카프를 70년 만에 복원한 것이다.

스카프에는 한반도 지도와 참전국들 부대 마크 사이에 아리랑 악보와 영어 가사가 새겨져 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아리랑 스카프는 동맹국의 위대한 연대를 알리는 상징물로 자유의 가치, 연대의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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