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꼽히던 '선구매 후결제'…카드사 떠나고 빅테크만 남았다

오정인 기자 2023. 7. 2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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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카드업계 새 먹거리 중 하나로 떠오르던 '선구매 후결제'(BNPL) 시장이 잠잠해진 분위기입니다. 빅테크사에 이어 카드사들의 진출도 점쳐졌지만 시장 불확실성 등 영향으로 BNPL 서비스가 확대되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지난해 BNPL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출시 목표 시점을 '올해 안'으로 늦췄습니다. 시장 상황 등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서비스를 준비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앞서 국내 BNPL 시장에 가장 먼저 나선 건 현대카드였습니다. 지난해 무신사와 BNPL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고도화 작업을 위해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현재 고도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재개 시점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BNPL이란 '선구매 후결제'라는 말 그대로 물건을 구입한 뒤 결제는 나중에 하는 서비스입니다. 신용카드와 비슷한 방식이지만, 발급 절차가 까다롭지 않고 금융이력이 없어도 연령 등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신용카드 보급률이 높아 BNPL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지 않은 편"이라며 "상대적으로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고 현금을 주로 이용하는 국가에선 BNPL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데 한국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유럽 등 선진국을 비롯해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서도 BNPL 서비스는 결제 수단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해외 BNPL 시장 동향 및 감독당국의 대응' 보고서를 통해 "BNPL 거래 증가는 사용자의 수수료 면제와 저신용자가 이용 가능한 거래 구조의 특성 때문"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확대에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내 카드사가 해외 BNPL 시장에 진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롯데카드의 베트남 현지법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현지 온라인쇼핑몰 티키(Tiki)와 BNPL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무이자 또는 비교적 낮은 금리로 2~3개월에 걸쳐 분할 상환하는 방식입니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BNPL 거래규모는 340억달러(약 43조원)에서 1200억달러(약 153조원)로 약 3.5배 증가했습니다. 오는 2026년이면 거래규모가 5760억달러(약 735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처럼 해외 시장에선 활성화된 BNPL 서비스지만, 국내에선 빅테크 3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4월 네이버파이낸셜을 시작으로 토스와 카카오페이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을 받아 네이버파이낸셜과 토스는 월 30만원 한도 내에서, 카카오페이는 교통 관련 결제에 한해 월 15만원 한도 내에서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연체율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빅테크 3사의 BNPL 연체율은 4.4%였습니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5%, 네이버파이낸셜이 2.7%, 카카오페이가 0.51%였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용 한도가 월 30만원(카카오페이는 월15만원, 교통비 대상)으로 제한돼 있지만 연체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BNPL이 자리잡은 외국 시장에서도 연체율 관리는 주요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호주에선 BNPL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섰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국내 BNPL 도입 현황과 규제 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연방정부는 BNPL 서비스에 신용카드 업체에 적용하는 소비자신용보호법을 적용한다는 계획입니다.

BNPL이 사실상 신용 기반 상품이지만 신용상품처럼 운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BNPL 제공자는 호주신용면허를 소지해야 하며 ▲책임있는 대출 의무를 준수토록 의무화하고 ▲BNPL 상품에 대한 부적합성 검사 등을 BNPL 개혁 옵션에 포함했습니다.

호주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호주의 BNPL 계좌는 700만개가 넘으며, 거래액은 160억 호주달러(약 14조원)으로 집계됐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약 37% 증가한 수준입니다. 

호주 금융협회 조사결과 BNPL 이용자의 18%가 대금 결제를 제때 하지 못한 경험이 있으며, 7%는 결제를 위해 필수품 소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 일부 국가에서도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볼 때 BNPL은 유망한 서비스지만 그만큼 위험이 높다"며 "최근 국내 금융사들의 대출자산 연체가 큰 이슈로 부각되면서 카드사들의 BNPL 시장 진출도 주춤한 분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때문에 당분간 국내 BNPL 시장이 확대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 교수는 "현재 4%대인 빅테크의 BNPL 연체율이 1%대 정도로 내려와야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며 "시장 금리가 안정화되고 연체율 상승세가 진정된 이후에나 서비스 출시를 검토해볼 수 있을텐데,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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