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대장정 마친 '누리호 아버지'
지난달 한국형발사체사업 종료
2조 국책사업 성공마무리 주역
韓 우주개발사 한 장 쓰게돼
"로켓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사진)의 가슴이 찡해졌다. 집 앞 슈퍼에 들렀다가 우연히 마주친 어린아이가 건넨 말에 지난 13년간의 부담감이 감동으로 바뀌었다.
우리 기술로 우리의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13년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2010년부터 약 1조9572억원을 들여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개발하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이 지난달 30일자로 공식 종료된 것이다. 고 본부장은 "악전고투하며 한국 우주발사체 개발 초석을 다졌다"며 "'잘했다'는 결과로 귀결돼 날아갈 듯 기쁘다"고 종료 소감을 말했다.
누리호 개발은 도전적 과제였다. 우주발사체 연구개발 특성상 해외에서 기술을 가져올 수 없다. 모두 자체 국산화를 해야 한다. 이런 탓에 기술 개발이 더뎠다.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과학로켓 KSR-Ⅲ와 나로호 개발에 참여하며 발사체 개발 분야 잔뼈가 굵었던 고 본부장이 2015년 사업 책임자로 임명됐다. 고 본부장은 "사업 책임자 이전에 2010년부터 이미 누리호 개발에 참여했는데 모든 걸 어떻게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이 책임자를 맡으며 사업이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마침내 2018년 11월 자체 개발한 75t 엔진 시험발사체 발사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부침도 겪었다. 2021년 누리호 첫 발사가 아쉽게 실패했다. 3단 엔진이 계획보다 일찍 꺼지면서 목표 고도인 700㎞에서 초속 7.5㎞로 모형위성을 투입하지 못했다. 최근엔 항우연 조직개편 논란으로 한창 소란스러웠다. 고 본부장은 "더 잘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한 것"이라며 "사업 책임자에 좋지 않은 조직 구조란 것은 지금도 명확하다"고 말했다.
사업 최종 성적표는 성공적이다. 지난해 6월 2차 발사에 성공하며 한국산 우주발사체 개발 목표를 이뤘다. 개발을 이끈 고 본부장은 한국 우주 개발사에 핵심적 인물로 남게 될 전망이다. 향후 우주 개발에도 비중 있는 역할을 할 인물로 거론된다. 고 본부장은 현재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 단장을 맡아 누리호 고도화와 민간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고 본부장은 "올해 안에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기술 이전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한화에어로와 머리를 맞대고 많은 일을 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설립 예정인 우주항공청과 관련해 항우연이 아래로 편입되는 의견도 제시했다. 우주 개발은 기술이나 트렌드 등이 시시각각 변하는데 이에 맞는 예산 유연성을 갖기 위해서다. 고 본부장은 "현재 구조상 예산 유연성에 여지가 없다"며 "우주항공청 산하에서는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고도 본다"고 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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