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정보격차, 다니엘 블레이크

2023. 7. 2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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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로치 감독이 2016년에 내놓았던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는 컴맹인 장년층이 관료화된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을 묘사했다. 심장에 문제가 생겨 은퇴한 목수 블레이크는 인터넷을 할 줄 몰라서 실업급여 신청을 못한다. 2시간 가까이 ARS와 씨름해 보지만 얻는 것은 없다. 평생 성실했던 목수는 영화 말미에 돌연사한다. 복지 예산과 공무원은 늘었지만, 정보 격차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2000년 우리나라의 평균 가구원 수는 3.1명이었다. 20년이 흐르자 2.3명이 되었고,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에서 31%가 되었다. 20년간 2배 이상 늘어난 1인 가구를 자발적 선택으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1인 가구 중 고시원 같은 비주거에 사는 비율은 전체 평균의 2배를 상회한다. 1인 가구 대표 연령층은 2020년에는 20·30대 청년이었으나, 2022년에 50·60대 장년(65세 미만)으로 바뀌었고, 2040년에는 75세 이상으로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숫자는 앞으로 1인 가구 정책이 장년층 중심으로 가야 함을 시사한다.

정책 변경을 감안할 때, 가장 우선할 것이 정보 격차의 해소이다. 지금도 1인 가구를 위한 여러 정부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대부분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데다, 관련 정보는 주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SNS나 관련 앱에서 유통되고 있다. 한국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세계적으로 최상위권에 속하지만, 연령대별 보유율을 보면 40대까지는 99%이나, 60대는 80%, 70대는 35%로 내려간다. 60대 이상 1인 가구에서 정보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기기가 있더라도 잘 활용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으므로 정보 격차는 또 생길 수 있다. 정보취약층에 대한 정보 접근 기회를 지원하고,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정보 복지' 방안이 필요한 이유이다.

1인 가구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덴마크, 독일 등은 1인 가구 비율이 40%를 넘어섰고, EU 평균도 35%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싱글라이제이션, 솔로 이코노미, 싱글 슈머 등 신조어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2018년 영국 정부는 체육 및 시민사회부 장관을 외로움 장관으로 겸직 임명하기도 했다. 고독을 연구했던 콕스위원회의 보고서가 나온 이후였는데, 위원회는 외로움을 매일 15개비의 담배 흡연만큼이나 건강에 해롭고, 개인적 불행을 사회로 전파하는 전염병으로 규정했다. 외로움 장관은 노인보호주택 등 1인 가구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을 맡았지만, 영국이 고독이나 정보 격차를 풀었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우리의 1인 가구 비율이나 관련 통계는 한국의 상황도 유럽 국가들과 유사한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1인 가구 정책은 아직 청년층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다. 정보 격차에 관한 문제 제기는 찾아보기도 힘들다. 일했던 시간보다 정년 이후의 시간이 더 많은 세대가 이제 일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은퇴와 동시에 정보 격차를 체감한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책 마련에 서둘러야 할 때이다.

[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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