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경고’ 무시한 네타냐후…미국 對이스라엘 정책 움직일까 [디브리핑]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근소한 다수에 의한 이스라엘의 이번 투표가 매우 유감스럽다.”
미국 백악관은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의회가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오랜 친구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주요 변화는 광범위한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함을 표명해왔다”면서 이같이 유감을 표시했다.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우파 정부는 국내외의 강력한 저항과 우려에도 장관 임명 등 행정부 주요 결정을 대법원이 뒤집지 못하도록 하는 ‘사법부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 이로써 집권 연립정부의 유일한 견제 수단이 사라지게 됐다.
중동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사법부 무력화 사태는 ‘민주주의’라는 가치 아래 70년 넘게 동맹관계를 이어온 미국과의 관계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1948년 이스라엘이 자체적으로 건국을 선언한 직후 이를 공식 인정하면서 75년 간 밀착 관계를 이어왔다.
특히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의 ‘위협’에 맞서 누구보다 ‘민주주의 수호’에 목소리를 높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이스라엘 의회의 결정이 가져올 외교적 파장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사법부 권한을 제한하려는 네타냐후의 계획이 이스라엘의 민주주의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동맹이 통치에 대한 공동의 관점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인식이 약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법부 무력화 법안 표결을 앞두고 수차례 직간접 경로로 법안 철회를 압박해왔다. 이날 사법부 무력화 법안 강행으로 네타냐후 총리는 사실상 동맹인 미국 대통령의 경고를 묵살한 셈이 됐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보낸 성명에서 “현재의 사법 개혁이 더 분열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직면한 다양한 위협과 도전을 고려할 때 이 사안을 서둘러 처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 속도 조절을 주문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균열이 전면에 드러났다고 진단하면서 “이스라엘과 이어 온 오랜 동맹 관계와 미국 일각에서 일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에 균형을 맞춰 온 백악관은 (사법부 무력화에) 명백한 불쾌함을 표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바이든 행정부가 네타냐후 연정을 상대로 사태 해결을 압박하게 될 경우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정비 계획이 미국의 대(對) 이스라엘 정책 변화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법안이 대미 관계를 포함한 외교 사안이 아닌 이스라엘 집안 문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스라엘의 사법 개혁은 이스라엘 국내 문제”라면서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과의 각종 분쟁을) 이스라엘에 대한 행동변화로 연계시키는 것을 배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이스라엘 내부 혼란을 이유로 미국이 이스라엘에 보내는 연간 38억달러에 달하는 군사원조 등에 손을 대는 일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앞서 지난 2016년 미국은 이스라엘에 10년간 380억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에 합의한 바 있다.
무엇보다 중동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강력한 우방국인 이스라엘과의 협력은 필수적인 상황이다.
최근 중동에서는 중국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 정상화를 주도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고, 이란은 핵무기 완성을 위한 연구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아랍연맹(AL)은 국제사회에서 학살자로 지목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를 연맹에 다시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당시 미국은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핵심 제재 원칙을 지키겠다”며 아랍연맹의 결정을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중동에서는 미국의 뜻대로 되고 있는 것이 없다”면서 “이스라엘 역시 이란의 핵 개발을 매우 우려하고 있고, 또한 미국이 이스라엘과 힘을 합친다면 중국의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 등에도 관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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