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탄핵 기각에 與 "탄핵병 죗값 치러야"vs 野 "역사가 심판"

박소연 기자, 차현아 기자, 김성은 기자, 김지영 기자 2023. 7. 25. 17: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종합)
탄핵소추가 기각돼 업무에 복귀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소재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23.07.25. /사진=뉴시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심판이 25일 만장일치로 기각되자 여야의 표정이 갈렸다. 국민의힘은 판결 즉시 더불어민주당의 무리한 탄핵소추를 겨냥하며 공세를 폈다. 반면 민주당은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이 장관의 책임이 없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당은 즉각 대야(對野) 압박에 나섰다. 일찌감치 탄핵이 기각될 것을 예상하고 무리한 탄핵소추로 행정부 업무 공백을 초래한 야당을 저격, 정국 반전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에 대한 야당의 탄핵 소추를 '탄핵병', '정치탄핵' 등이라 몰아세웠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거대 야당이 오로지 당리당략을 위한 수단으로 국민적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은 악행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는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거대 야당의 일방적 횡포라는 판결"이라며 "국회 논의단계부터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니 오늘 헌재의 결정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작금의 거대 야당은 오로지 국정 발목잡기에만 몰두하면서 국회를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정부 주요 인사 탄핵 운운하며 겁박한다"며 "탄핵소추 같은 마약에 '중독'된 채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분노를 교묘히 증폭시켜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뒷골목 정치'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오후 전북 익산시 용안면의 한 수해피해 농가를 찾아 당시 상황을 설명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민 피해만 가중시킨 더불어민주당의 '습관적 탄핵병'이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수석대변인은 "애당초 이번 탄핵 심판은 탄핵 사유조차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이 '기각' 결정을 내렸으니, 얼마나 허무맹랑한 탄핵소추였는지도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탄핵 소추로 최근 수해 대응을 비롯해 행안부 주요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주무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면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의회 폭주 폐해는 또다시 국민들에게 돌아갔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행정안전위원들은 야당의 탄핵소추를 '정치탄핵'이라 규정하고 "헌법재판소의 기각결정은 오로지 현 정부에 대한 국정 방해와 국민 분열을 목적으로 '탄핵소추권' 마저 정치공세 무기로 삼은 무도한 야당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했다.

반면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이 장관을 해임해 그 책임을 물었어야 하는 사안"이라며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됐다고 대통령이 장관에게 책임을 물을 책무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님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지난 2월 국회에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끌었던 민주당은 "참담하다"는 입장이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충남 부여군에서 수해복구 지원활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 탄핵소추안 기각에 대해 "헌재 결정을 존중하지만 파면에 이르지 않더라도 책임져야 할 일은 분명히 있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장관이 탄핵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이 헌재 결정문에 나왔고 이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라며 "지금도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희생자들에게 사과하고, 반성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대책을 철저히 마련한다는 다짐을 국민 앞에 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기각 선고 이후 대통령실이 야당을 겨냥해 탄핵 소추가 "반헌법적 행태이며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서는 "탄핵은 헌법에 보장된 제도"라며 "탄핵이 기각됐다고 해서 탄핵 추진이 반헌법적 작태라고 하면 어떠한 헌법과 법에 규정된 행위라도 국회가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같은 얘기"라고 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헌재의 결정에 "안타깝다"며 "오늘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은 사라졌다. 이제 정부의 재난 대응 실패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게 됐다. 참담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집권세력의 뻔뻔함과 후안무치한 행태는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던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헌재 판결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의 상식과 법정의 판결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지만 정말 이것만큼은 아니라고 본다"라며 "헌재의 판단이 이상민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책임이 없다고 면죄부를 준 것으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라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역시 헌재 판결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국회에 계류중인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속히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도 "법의 미비점을 이용해 빠져나갈 수 없도록 재난관계 법률 개정을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완수해 미진한 진상규명의 틈을 꼼꼼히 메우겠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