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손 내미는 ‘네옴’…건설경기 침체 속 K기업 ‘오아시스’ 될까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네옴은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1400명의 사람들이 이미 네옴에 살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네옴의 비전을 실현시켜 줄 더 많은 파트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의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한했다. 네옴 프로젝트를 일반에 알리는 전시회를 열고, 한국 기업과의 수주·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국토교통부와 네옴은 2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9일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네옴 프로젝트를 알리는 전시회 ‘디스커버 네옴’을 개최한다. 사우디나 유럽이 아닌 아시아에서 전시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회 개막을 앞둔 24~25일에는 네이버랩스, 현대엘리베이터, 수자원공사를 비롯한 100여개 한국 기업·기관이 네옴 관계자들을 1:1 면담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로드쇼’도 진행됐다.
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 최고경영자(CEO)는 25일 DDP에서 미디어 컨퍼런스를 열고 “5년 전 처음 프로젝트가 구상된 후 1년반 전부터는 본격적인 실행 단계로 넘어간 상황”이라며 “현재 6만명의 건설노동자가 네옴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이 수가 40만명으로 늘 것”이라고 했다.
네옴은 북서부 홍해 인근 2만6500㎢부지에 서울 44배 면적에 달하는 신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5000억달러(약 6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약 900만명의 인구를 수용하는 주거도시 ‘더 라인’의 건설이다. 더 라인은 총 길이 170km, 폭 200m, 높이 500m의 선형도시로 설계됐다. 학교·병원 등 도시 주요 생활권으로 도보 5분 내 이동이 가능한 800m 길이의 모듈 도시 3개(2.4㎞)를 건설하는 것이 프로젝트 1단계다.
나드미 CEO는 “네옴 1단계가 2030년 완료되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현실적이며, 사업성 있는 프로젝트인지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2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네옴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를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현재까지 네옴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한 한국 업체는 총 3곳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더 라인 내 핵심 이동수단이 될 ‘스파인’의 12㎞ 구간 터널 공사를 수주했다. 한미글로벌은 더 라인 특별 총괄프로그램관리(e-PMO) 등 글로벌 자문 서비스 등을 제공 중이다.
고금리와 원자잿값 인상으로 국내 분양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자,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해외 건설 수주를 통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반기 한국 기업의 네옴 관련 수주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원팀 코리아’를 자처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현재도 네옴시티와 관련한 추가적인 상담과 교섭들이 이뤄지고 있다”며 “계약 완료되기 전 구체적인 협의사항을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하반기에는 추가 계약 소식이 속속 전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네옴 수주를 희망하는 국내 기업들과 사우디를 연결하는 ‘데이팅앱’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네옴 오피스를 열고 연락관을 상주시키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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