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900만·일자리 300만 네옴시티…사우디의 꿈★은 이뤄질까
수주 노리는 기업들, 네옴 경영진 앞에서 기술발표
'100% 재생에너지' 장담한 네옴 "원전은 전혀 고려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900만명의 정주 인구, 300만개의 일자리, 연간 1천만명의 관광객, 100만명에게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 100% 재생에너지로 돌아가는 도시…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가 제시하는 원대한 숫자다. 목표 지점은 2050년이다.
홍해와 가까운 사막과 산악지대를 천지개벽시키겠다는 사우디의 꿈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이달 26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면적만 서울 44배…95%는 '자연 그대로'
개막 전날인 25일 찾은 전시의 시작은 험준한 산악지대, 푸른 홍해 바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이 공존하는 사우디 북서부 '네옴'의 풍경을 담은 영상이다.
이어 네옴의 4개 주요 프로젝트인 ▲ 선형도시 '더라인' ▲ 산업단지 '옥사곤' ▲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 고급 휴양지 '신달라'의 위치와 지형 모형, 축소 모형을 차례로 볼 수 있다.
네옴시티는 서울 44배 규모 신도시로 알려졌지만, 행정구역 면적이 서울의 44배일 뿐 네옴 95%는 자연 그대로 비워둔다는 게 사우디의 구상이다.
좁은 면적에 개발을 집중해 자연을 최대한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대표 프로젝트는 '더라인'은 폭 200m·높이 500m의 선형 건물을 170㎞ 길이로 지어 만드는 선형 도시다. 롯데월드타워(555m) 높이의 빌딩이 서울부터 강릉까지 일직선으로 빽빽하게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더라인 내 이동은 시속 250∼300㎞의 고속철도(수평)와 엘리베이터(수직)로, 다른 구역 간 이동은 전기차 등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이뤄진다. 산업단지 옥사곤과 더라인 사이에도 고속철도가 놓인다.
네옴 프로젝트 중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프로젝트는 최고급 호텔과 골프장, 요트 정박지로 구성된 '신달라'로, 2024년 문을 연다. 포시즌스 호텔 등 호텔 체인과 계약이 모두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트로제나에선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가 예정돼 있다. 스키 슬로프 등 경기장과 숙박 시설을 갖추려면 갈 길이 바쁘다.
자동화 항만을 갖춘 옥사곤은 더라인의 정주 인구 900만명(최종 목표치)이 필요한 모든 것을 실어 나르고, 또 제조한다.
네옴의 론 바우커 사무총장은 "네옴의 모든 것은 미래에 대한 것"이라며 "한계를 넘어선 사고와 상상력으로 미래의 일하는 공간, 미래에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 최고경영자(CEO)는 여러 질문을 "와서 보세요(come and see)" 한마디로 요약했다.
국내 기업 11곳, 네옴 경영진 앞에 두고 로드쇼
국토부는 전시 개막에 앞서 국내 기업과 기관 11곳이 네옴 경영진 앞에서 경쟁력을 알리는 로드쇼를 열었다. 네옴 전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발표에 참여한 네이버랩스와 희림건축은 스마트시티 구축 전략을, 현대엘리베이터는 전동수직이착륙기(eVTOL)를 자동 주차·이동시키고 충전까지 할 수 있는 버티포트 인프라를 소개했다.
KT는 양자 암호체계를 기반으로 한 통신을, 비브스튜디오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허브 시티 구축 전략을 알렸다.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출입은행,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등 공기업도 참여했다.
원 장관은 "앞으로도 사우디와 한국 기업 사이 '데이팅앱'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네옴 측은 한국 기업들의 기술에 깊은 관심을 표했지만, 원자력발전에 대해선 칼같이 선을 그었다.
네옴 에너지 자회사인 에노와(Enowa)의 피터 테리움 CEO는 "원전 기술을 세일즈하기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을 갖춘 많은 한국 기업이 접촉해 왔지만, 저희 기준으로 원전은 재생에너지도 청정에너지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원전은 소규모이든 대규모이든 안전과 폐기물 이슈가 있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태양광·풍력 에너지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기에 네옴은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1월 '원팀코리아' 방문 전시…8개월 만에 서울로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네옴 전시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사우디 방문이다.
네옴시티 수주 지원을 위해 기업들과 '원팀 코리아'를 꾸려 사우디를 찾은 원 장관은 수도 리야드의 네옴 전시장을 찾은 뒤 서울 전시를 타진했다.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을 떠나 기업인과 학생들에게 충분히 영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정상회담 후속 작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를 만들었고, 하부 기구인 '네옴 플러스(+) 위원회'가 서울 전시를 기획했다.
이날 열린 네옴 전시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원 장관은 "DDP 규모에 맞게 전시하다 보니 다소 축소된 감이 있지만, 막연하게 언론을 통해 네옴시티에 대해 전해 듣던 국민들과 차세대 전문가들이 직접 네옴을 접할 기회"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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