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타격 부진, 그리고 부상…이정후에게 이런 시련이 있었을까
프로 데뷔부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키움의 간판타자 이정후(25·키움)가 데뷔 후 처음으로 시련을 맞았다.
이정후는 왼 발목 신전지대 손상 진단을 받아 수술대에 오른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25일 고척 한화전을 앞두고 “이정후가 모레(27일)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2일 사직 롯데전에서 8회말 수비를 하던 도중 왼 발목 통증을 느껴 교체된 이정후는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지난 23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정후는 25일 추가 검진 후 수술 일정을 잡았다. 수술 후 재활 기간은 약 3개월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홍 감독은 “변수가 있을 수 있으니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올해 정규시즌 안에 돌아오기는 힘들다.
사령탑 조차도 어떠한 위로의 말을 해 줄 수 없을 상황이었다. 이정후에게 올시즌은 중요한 해였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고 구단도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서 아쉬움을 삼킨 키움은 올시즌 이정후와 함께 다시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어보려했다. 이정후 역시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꿈의 무대로 가는게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올시즌은 유독 마음대로 되지 않고 있다. 시즌 개막 전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부터 이정후는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뛴 이정후는 특히 일본전에서 격차를 느꼈다. 1라운드 4경기에서 타율 0.429 5타점 등으로 활약했음에도 “우리 기량이 세계 많은 야구 선수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회였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회를 마친 후 귀국한 이정후는 바로 팀 훈련에 합류해 개막 준비를 했다. 하지만 개막 후에는 이유 모를 부진에 빠졌다.
4월 한 달 동안 타율 0.218을 기록하며 그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타율 0.349로 2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했던 이정후였기의 그의 부진은 너무나도 낯설었다.
키움의 중심 타자였던 이정후는 5월부터는 1번 타자로 자리를 옮겨 많은 타석을 소화하면서 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정후는 안 해 본 것이 없었다. 5월 중순까지는 특타를 했고 원정 호텔 사우나 화장실에 있는 소금을 뿌려보기도 했다. 이정후는 “방망이에 마사지 건을 두드려보기도 다”며 “내가 성당을 다니는데 어머니가 성수를 주셔서 고척 타석에 뿌려보기도 했다”고 돌이켜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정후는 6월 중순이 되자 제 궤도를 찾으면서 타율을 3할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정후가 살아났음에도 키움은 좀처럼 올라가지 못했다. 전반기를 7연패로 마쳤고 후반기 첫 경기도 패하면서 8연패까지 빠지기도 했다. 이런 시련의 과정을 거친 이정후는 데뷔 처음으로 부상으로 수술을 받게 됐다.
이정후는 프로 데뷔하기 전부터 ‘바람의 아들’ 이종범 LG 코치의 아들로 주목을 받았다. 휘문고를 졸업한 뒤 2017년 1차 지명으로 넥센(현 키움)의 지명을 받은 이정후는 데뷔 첫 해부터 풀타임을 소화하며 리그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1군 데뷔 2년차인 2018년부터 타율 0.355로 이 부문 리그 3위를 기록한 이정후는 2021년에는 생애 첫 타격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2022년에는 타율(0.349) 안타(193안타) 타점(113타점) 출루율(0.421) 장타율 (0.456) 1위를 기록하며 그 해의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했다.
김하성(샌디에이고)가 현재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차기 메이저리거로는 이정후가 유력한 후보였다.
게다가 이정후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도 선발된 상태다. 젊은 선수들로 꾸려진 대표팀 타선의 중심을 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부상으로 대회 출전도 불가능해졌다.
후반기 첫 3연전에서 2승1패 위닝시리즈를 달성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키움 역시 아쉬운건 마찬가지다. 25일 경기 전 이정후를 만난 홍원기 감독은 “프로 선수로서 안 아픈게 제일이다. 부상 없이 하는게 중요하기 때문에 부상을 당한 건 이미 지나간 일이고 빨리 수술 잘 하고 재활이 잘 되어서 선수 생활하는데 있어서 지장이 없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이정후가 지금까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잘 해줬는데 바로 선임을 하는 게 조금 그렇다. 당분간 임시 주장은 고민해봐야할 것 같다”며 이정후를 배려했다.
고척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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