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청구 기각" 선고에 유족 "이게 무슨 법이냐" 오열

유족 "헌재, 존재가치 부정" 규탄 회견…보수단체 측과 충돌도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장보인 최원정 기자 = "재판관 전원이 기각으로 판단했으므로 이 사건 심판 청구를 기각한다."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가 기각되자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선고를 듣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 4명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이들은 소리 내 흐느끼고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선고를 마치고 재판관들이 모두 퇴장한 뒤에도 이들은 쉽사리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한 유가족은 대심판정을 나서면서 "이게 무슨 법이야. 법이 왜 이따위야. 우리 아이는 억울해서 어떡하냐"고 소리를 지르며 오열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선고 시작 약 10분 전 아무 말 없이 대심판정에 들어섰다.

뒤따라 모습을 드러낸 더불어민주당 진선미·박주민 의원 등 야당 의원들도 별다른 발언 없이 묵묵히 법정으로 향했다.

재판관들은 오후 2시 정각에 대심판정에 들어섰다. 이내 유남석 헌재 소장이 선고를 시작하자 유가족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유 소장을 바라봤다.

그러나 "피청구인이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 볼 수 없다"와 같이 청구 기각을 짐작케 하는 판단이 잇따라 나오자 이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일부 의원은 연달아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 장관 측 대리인은 선고 후 취재진의 질문에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해준 재판관들에게 감사하다. 아픔을 겪은 유족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짧게 답변하고 조용히 법정을 떠났다. 이 장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유가족은 곧바로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각 결정에 거세게 반발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대한민국이 '무정부상태'임을 공식적으로 확인시켜준 결정"이라며 "이태원 참사의 최고 책임자임에도 어떠한 책임도 인정하지 않은 행안부장관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헌재는 스스로 존재 가치를 부정했다"면서 "이미 국민들은 이상민을 파면했다. 부끄러움이 남아있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협 대표 직무대행은 "지난해 10월29일 참담했던 아픔을 또 느낄 수밖에 없다"며 울먹였다. 이 직무대행은 "굴하지 않고 특별법을 통과시켜 꼭 이태원 참사, 재난 일선 책임자를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중에 보수단체 관계자들과 보수 성향 유튜버가 한때 유가족과 충돌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은 잠시 중단됐고 실신한 1명을 포함해 유가족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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