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發 전기차 가격 인하 후폭풍..현대차그룹, 타개 전략은

이다원 2023. 7. 2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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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필두로 글로벌 EV 일제히 가격 인하
포드, 폭스바겐, GM, 등도 가격 인하 합류
美IRA에 가격 인하까지 ‘엎친 데 덮친 격’
현대차 26일 컨퍼런스서 하반기 전략 관심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가 촉발한 전기차 가격 인하를 놓고 현대자동차그룹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테슬라가 전기차 재고 정리를 위해 수차례 가격을 내리면서 포드를 필두로 폭스바겐과 GM(제너럴모터스) 등도 경쟁적으로 가격 인하에 합세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미국에서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탓에 가격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에 이번 가격 인하 경쟁까지 닥치면서 현대차그룹은 특단의 대책 마련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사진=현대차)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오는 26일(현대차)과 27일(기아)에 예정된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 실적 발표과 함께 하반기 시장 전망 및 경영 전략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일단 올 상반기에는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있지만, 문제는 하반기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이 일고 있어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격전지인 미국에서는 최근 가격 인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경쟁에 불을 가장 먼저 붙인 기업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올해 초부터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펼치며 수요를 잡기 위해 애써 왔다. 지난 2분기 테슬라 차량 평균 가격은 4만5000달러(약 5800만원)로 전년 동기(5만6000달러·약 7200만원) 대비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다른 완성차 기업도 가격 인하에 돌입했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최근 전기 픽업트럭 가격을 최대 1만달러(약 1300만원)까지 내리겠다고 예고했다. 폭스바겐과 GM(제너럴모터스),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전기차 가격을 내리고 있다. 폭스바겐은 아예 저렴한 버전의 전기 해치백 자동차 ID.2all을 출시해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 내 가격 할인 경쟁이 벌어진 이유는 전기차 업계의 선두주자인 테슬라가 가격을 인하하면서 연쇄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도미노 효과’도 있지만, 근본적 배경으로는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다는 요인이 자리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는 지난 2분기 미국 전기차 재고가 9만2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 늘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소비자가 전기차를 이전만큼 많이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아 EV6. (사진=현대차그룹)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고민도 커질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올해 IRA 시행으로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전기차는 세제 혜택을 못받는 상황에서 경쟁사들이 ‘가격 인하’까지 나서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판매량과 수익성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차량의 가격 경쟁력은 타 전기차 판매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당장 가격 인하에 나서기에는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미국에서 판매 중인 일부 전기차종에 대해 구매 인센티브, 가격 일부 할인 등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가격 인하 시 현지 판매를 장려하기 위해 딜러들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도 낮춰야 하는 문제도 있고, 이럴 경우 판매량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딜러에게 일종의 ‘판매 지원금’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데 그동안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인센티브를 유지하면서도 수익성을 높여왔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로 미국 내에서 수익성을 갖춘 업체들의 주도로 전기차 가격 경쟁이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며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고 있지만,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의 모델은 여전히 소비자 호응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당장 가격 인하 합류보다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대형 SUV GV90 현지 출시를 비롯해 전기차 라인업 강화를 통한 상품성으로 승부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다원 (d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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