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 관리·경영 위한 ‘임도’는 어쩌다 산사태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나
전국 산림에 설치된 임도는 산사태, 산불 등 산림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도마 위에 오른다. 한쪽에서는 산림의 효율적인 관리와 산불 예방을 위해 임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반대쪽에서는 대부분 산사태가 임도와 벌채지 등 인위적 손길이 닿은 곳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14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경북 지역에 큰 산사태가 나면서 임도는 또 논란이 됐다. 산사태로 경북 예천군에서만 14명, 영주와 봉화, 문경을 합한 경북 전체에서는 24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21일 예천군 산사태 현장을 살펴본 황정석 산불정책연구소장은 “총 6곳의 산사태 현장을 살펴본 결과 5곳이 임도, 벌목과 연관된 것을 확인했다”며 “임도가 없을 때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던 물이 임도가 놓이면 임도와 배수로를 타고 흐르다가 어느 지점에서 모이게 되는데 큰비가 오면 이게 터져 나와서 아래쪽을 덮치게 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환경활동가인 최병성 목사는 “은풍면 동사리의 경우 길게 이어진 한 임도에서 다섯 군데 이상의 산사태가 발생한 모습도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25일 윤미향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무소속)이 공개한 경북 예천군 진평리의 산사태 현장 사진들에서도 산사태 시작점이 임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산사태는 마을회관으로부터 약 2㎞ 떨어진 산림 상부 임도에서 시작됐다.
산사태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임도나 벌목 등 인위적 요인이 산사태의 원인이라는 것은 이미 수십 년째 지적되어온 일이지만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며 “이번에 둘러본 예천뿐 아니라 전국의 산사태 현장을 가보면 70~80%가 인위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연구진이 지난해 3월 지질공학회지에 게재한 ‘충주시 상산마을 주변임도 산사태의 발생 원인 분석’ 논문에 따르면 임도의 하부사면은 전반적으로 산사태 발생에 취약하며, 임도 수 시설의 시공 및 유지관리가 적절하게 수행되지 못하는 것이 사면 붕괴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20년 8월 충북 충주 상산마을에서 발생한 산사태 중 임도가 원인이 된 산사태 30건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윤미향 의원이 공개한 산림청 임도기본계획을 보면 2020년 기준 경북도 내에 설치된 임도의 총연장은 2763.7㎞로, 전남도(2810.5㎞) 전남도 다음으로 많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현재 조성된 임도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는 조치들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며 “1990년대 후반에도 임도가 산사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관련 예산을 임도 신설이 아닌 재해 예방과 구조 개량에 집중한 결과 산사태 등 재난이 줄어든 바 있다”고 강조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 원인 파악을 위해 전문가를 포함한 조사단이 다음 달 초까지 현장 조사를 할 것”이라며 “임도뿐 아니라 벌채지, 철탑, 논밭, 개간지 등 산림 내 인위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산사태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도 고려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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