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이화영, 초조한 민주당, 압박하는 검찰

박성의 기자 2023. 7. 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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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왜 자르냐”는 李에 아내 “정신차려라”
검찰 “재판, 외부세력 의한 독립성 훼손 우려”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이른바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심(變心)'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일각의 보도가 나왔지만,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A씨가 '검찰의 압박과 회유 탓'이라고 반박하면서다. 그러나 정작 A씨의 행보에 이 전 부지사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이 전 부지사의 속내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탄원서' 내고 변호인 해임 시도한 아내, 이화영 몰랐다?

그동안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 관여한 사실을 전면 부인하던 이 전 부지사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일부 입장을 바꿔 "쌍방울에 방북을 한 번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지난 18일 진행된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40차 공판에서 이 같은 내용을 언급했고, 이후 관련 언론 보도가 확산했다.

그러자 이 전 부지사의 아내 A씨는 민주당에 자필 탄원서를 내고 "검찰은 아내인 저뿐 아니라 아들 그리고 지역사무장, 또 후원해 주신 분들 등 이화영과 관계된 모든 사람을 검찰에 불러 조사하고 압수 수색을 했다. 남편을 추가로 조사하겠다고 협박하고 있고, 아무도 못 도와주게 그를 철저히 고립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을 해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25일 재판에서 돌연 이 전 부지사와 A씨 간의 '다툼'이 벌어졌다. 자신의 변호인단을 해임하려는 부인의 행보에 이 전 부지사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이날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41차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는 아내 A씨가 전날 재판부에 제출한 '법무법인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와 관련해 재판부가 당사자의 의견을 묻자 "제 의사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날 방청 온 아내 A씨가 강하게 반발했다. 이 전 부지사가 변호인단 해임 신고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자 "당신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라고 소리쳤다. A씨는 "해광은 제가 계약하고 선임한 분들"이라며 이 전 부지사에게 변호인단을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저와 가족들 입장과 반대되게 변호하는 부분에 대해 변호사님께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이 전 부지사가 현 변호인단을 고집한다면, 가족은 더 이상 이 전 부지사를 돕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만약 (해임 철회) 판단하면 가족으로서 도와줄 수 있는 권리와 의무 포기하겠다. 가족들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하지 않은 일을 왜 했다고 얘기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자기가 검찰에 회유당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고 정말 답답하다.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세력 있다" 민주당 압박 의심하는 檢

현행법에 따르면, 당사자인 이 전 부지사의 동의 없는 변호인 해임은 효력이 없다. 해광 측은 재판 시작 전까지 이 전 부지사의 입장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며 이날 법정에 불출석했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 불출석에 따라, 당초 이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예정됐던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과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에 대한 증인 신문도 연기됐다.

검찰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의 아내가 갑작스럽게 변호인 해임을 신청하는 등 재판이 혼란을 겪자 "외부 세력에 의한 재판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수사기록(진술 등)이 외부에 유출된다거나 증인신문 녹취록이 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되고, 변호인이 갑자기 불출석하는 등 과거 수많은 재판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일들이 자꾸 일어난다"며 원활한 공판 진행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법정에서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재판마저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보면서 외부 세력에 의해 재판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며 "피고인이 헌법상 기본권인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신경 써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의 운명'은 이 전 부지사의 '입'에 달렸다는 게 법조계 공통된 시각이다. 만약 이 전 부지사가 돌연 변심, 이 대표에게 관련 사안을 보고한 날짜, 시간,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한다면 상황은 이 대표에게 불리해진다. 이 대표가 자신의 방북 비용을 기업에서 대납하는 것을 보고받고 직접 승인까지 했다면 '제3자 뇌물 혐의'가 아닌 '직접 뇌물 혐의' 적용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가 줄곧 혐의를 부인, 관련 공방전이 진실게임으로 흘러갈 시 이 대표가 주장하는 '검찰 편파 수사' 프레임은 되레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공판은 오는 8월8일 오전 10시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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