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현장] 美기자도 황선우 응원...金 결정될 마의 구간은
마지막 50m에서 폭발적인 스퍼트 가동해야
포포비치 “황선우는 경쟁자...승부 기대 돼”
올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2회 연속 메달을 넘어 ‘금빛 역영’을 꿈꾸는 황선우(20·강원도청)가 주의해야 할 구간은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한다는 100~150m 지점이다.
황선우는 25일 오후 8시 2분 2023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일본 마린 메세 후쿠오카홀)에 출격한다.
전날 준결선을 전체 3위(1분45초07)로 통과한 황선우는 3번 레인에서 물살을 가른다.
전체 1위(1분44초70으)로 결선에 오른 루마니아의 다비드 포포비치(19)가 바로 옆인 4번 레인, 전체 2위(1분44초87)를 한 미국의 루크 홉슨(20)은 5번 레인을 배정 받았다.
황선우는 지난해 부다페스트 대회 자유형 200m에서 한국신기록에 해당하는 1분44초47로 헤엄쳐 포포비치(1분43초21)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경영 종목에서 시상대에 오른 건 2011년 남자 자유형 400m(금메달)의 박태환(34) 이후 11년 만이었다.
황선우는 이날 결선에서 3위 안에 들면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2회 연속 메달리스트가 되는 영예를 맛 볼 수 있다. 이는 박태환도 해내지 못한 진기록이다. 박태환은 세계선수권에선 2007년 멜버른 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자유형 200m 동메달을 딴 뒤 2009년 로마 대회에선 노메달에 그쳤다. 2011년 상하이 대회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을 탈환하며 명예를 회복했지만, 연속 대회 메달리스트는 아니었다.
객관적인 기록만 봤을 땐 지난해 부다페스트 대회 챔피언인 포포비치가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더 높은 게 사실이다. 포포비치는 작년 8월 유럽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에선 개인 최고 기록(1분42초97)까지 세웠다. ‘마의 1분43초대’도 깨며 이 부문 현역 최강자임을 과시했다. 포포비치는 24일 준결선을 마치고 “황선우는 아주 좋은 사람(nice guy)이다. 동료 선수임을 떠나 정말 예의 바르고 친절한 친구다. 함께 수영한 기간만큼 친구로 지냈다”면서 “그는 막강한 경쟁자(fierce competitor)이기도 하다. 그와 함께 (결선에서) 경기하는 것이 정말 기대된다”고 했다.
박태환 이후 12년 만의 한국인 롱코스(50m)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에 도전하는 황선우가 포포비치와 대등한 싸움을 벌이기 위해선 100~150m에서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년 부다페스트 대회 자유형 200m 결선 당시 황선우와 포포비치는 100m 구간까진 나란히 50초72와 49초96에 해당하는 시간에 턴을 했다. 격차가 1초 이내로 유지됐다.
그러나 100~150m 구간 이후 150m 지점에서 턴을 할 때쯤에 포포비치는 1분16초27를 찍고 있었는데 반해 황선우는 1분17초33을 기록했다. 1초06으로 벌어진 격차는 마지막 터치 패드를 찍는 순간까지 유지돼 황선우는 포포비치의 기록보다 1초26 뒤진 채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국민대 체육대학 교수이자 상하이 동아시안게임 자유형 200m 은메달리스트인 김동현 해설 위원은 “150m 지점에서 최소 3등 이내에 들어간 채 마지막 50m에서 황선우 특유의 폭발적인 스퍼트로 승부를 봐야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초반부터 혼자서 오버페이스로 독주해서 상대방을 끌어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선수들이 컨디션이 좋고 본인의 기록이 잘 나오고 있을 때엔 마지막 50m가 힘들지가 않다. 오히려 150m 턴을 하고 나서 힘을 내는 경우도 있다”며 “황선우 선수도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많다”고 덧붙였다.
3·4번 레인에서 황선우와 포포비치가 나란히 뛰는 점도 황선우에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황선우는 오른쪽으로만 고개를 돌리는 영법을 구사한다. 150m 지점부터 결승선까진 포포비치를 계속 보며 들어가는 구조다. 경쟁자가 어디에 있고, 얼마만큼 힘을 내야 되는지 등을 보며 견제할 수 있는 환경은 황선우에겐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물론 자유형 200m 종목은 단거리 특성상 변수가 많다. 도쿄 올림픽 자유형 200m 금메달리스트이자 지난해 부다페스트 대회 자유형 200m 동메달리스트인 영국의 톰 딘(23·6번 레인)과 깜짝 2위로 결선에 안착한 홉슨도 이변을 만들 수 있는 선수들로 평가된다.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주며 커리어 최초로 세계선수권 결선에 합류한 이호준(22·대구광역시청)도 일을 내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후쿠오카에 있는 현지 기자들 중엔 ‘Hwang(황)’을 응원하는 기자도 있었다. 아무래도 최강자 포포비치보단 ‘언더도그(열세 후보)’를 응원하는 심리가 반영됐다고 한다. 국제수영연맹(World Aquatics·WA) 미국 통신원인 앤디 로스 기자는 “2019년 광주 대회부터 세계수영선수권을 취재해 왔다. 당시 영화 ‘기생충’도 세계적 화제였다. 그래서 한국은 내겐 특별한 장소”라면서 “황(선우)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그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현대차 CEO에 첫 외국인...호세 무뇨스 사장 선임
- 쿠웨이트전 경기 후 광고판 뛰어넘은 손흥민…무슨 일?
- 이라크, 女 9세부터 결혼 허용 추진…“아동 강간 합법화” 반발
- [부티크 트렌드 레터] 이번 겨울, 목도리를 100퍼센트 활용하는 법
- 불법체류 중국인 혼수상태… 5억원 밀린 치료비에 병원 발 동동
- 서초동이 좌우로 갈렸다…1심 선고 앞두고 李 지지·규탄 집회
- [쫌아는기자들] 메이코더스, K-beauty 유통과 제조의 패러다임을 바꿀 플랫폼
- [속보] 코스피, 장중 2400선 깨져...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
- 오늘 이재명 선거법 1심 선고…野, 법원 앞 총집결
- 태권도 졌다고 8살 딸 뺨 ‘찰싹’…매정한 아버지의 최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