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국가 첨단산단’ 선정 후폭풍…물밑 ‘생존’ 경쟁

오상도 2023. 7. 2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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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성남·고양·남양주·양주시 등 정부의 첨단산업 특화단지 공모에 신청했다가 고배를 마신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후유증을 겪고 있다.

기업 지방세수와 투자 감소, 각종 규제에 따른 기업 이탈 등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던 대다수 지자체들은 특화단지 선정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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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첨단산단 탈락 후유증 가시화
‘고배’ 수도권 지자체, 반발 움직임
독자 생존, 추가 선정 등 무한 경쟁
이천시 “유감” 표명…기업 유치 차질
경기 북부 ‘0’…용인은 ‘겹경사’ 대비
‘부익부 빈익빈’…양극화 뚜렷해질 듯
“‘정치인’ 지자체장 인맥 경쟁” 비판도

경기 이천·성남·고양·남양주·양주시 등 정부의 첨단산업 특화단지 공모에 신청했다가 고배를 마신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후유증을 겪고 있다. 기업 지방세수와 투자 감소, 각종 규제에 따른 기업 이탈 등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던 대다수 지자체들은 특화단지 선정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25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특화단지 선정 실패의 여진은 지역별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각종 규제에 시달려온 수도권 지자체들의 실망감은 배가된 상태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시의 기업 유치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4일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경희(가운데) 이천시장이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이천시 제공
이번 선정에서 탈락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국가 첨단산단으로 지정되면 심각한 용지 부족을 해소하고, 시의 미래 먹거리를 늘릴 것으로 기대했다”며 “투자 유치 계획도 틀어지고 오는 기업마저 마다해야 할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결국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시의 김경희 시장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특화단지 지정에서 제외돼 유감”이라며 탈락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포문을 열었다. 김 시장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다른 지자체처럼 대규모) 민간투자계획이 없어 제외됐다”며 ”가동 중인 이천·화성 생산단지와 연계해 이천지역 반도체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특화단지 추가지정을 촉구하면서도 동시에 자체 생존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이천시의 경우 인근 용인시가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이어 반도체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잇따라 선정되면서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경기침체로 관내 대기업이 내는 지방세수가 급감한 데다 SK하이닉스 본사의 ‘용인 이전설’까지 돌면서 이런 분위기가 심화됐다.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설 용인시 처인구 이동·남사읍 일대. 용인시 제공
해당 지자체들은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수도권 중첩규제로 기존 기업마저 떠나는 상황에서 첨단업종 생태계 강화를 유일한 돌파구로 인식하고 있다. 경기 북부 고양시의 경우에도 반도체산업은 경제자유구역 5대 핵심 전략산업 중 하나였다. 앞선 특화단지 선정 여부와 별개로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해 반도체 소부장 기업뿐만 아니라 팹리스, 파운드리 기업을 집적시켜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힘쓸 계획이었으나 공모 탈락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낙후한 경기 북부지역에서는 한 곳도 선정되지 못해 아쉬움이 큰 분위기다.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전경. 성남시 제공
일각에선 수도권 지자체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 첨단전략산업 및 소부장 특화단지 반도체 분야에 용인·평택·안성시가 지정되고, ‘겹경사’를 맞은 용인시는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이란 목표에 성큼 다가서자 나온 얘기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발등의 불이 된 산업단지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자체 산단 조성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정치인’ 시장들의 인맥과 영향력도 공모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수원·성남·용인·이천=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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