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男도 화들짝 "호신용품 사야지"…이렇게 썼다간 정당방위 인정 NO

25일 오전 10시30분쯤 네이버 쇼핑 트렌드 차트 갈무리.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영상을 보고 호신용품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기자에게 "도망가는 게 상책이지만 워낙 순식간이라면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호신용 스프레이나 전기충격기 정도가 휴대하기도 편하고 호신용으로도 강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낮 서울 시내에서 벌어진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호신용품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이 사건 피의자 조모씨가 대낮에 버젓이 범행을 벌였다는 점에서 언제 어디서든 범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네이버 쇼핑 트렌드 차트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전체 연령대가 가장 많이 검색하거나 구매한 카테고리는 '호신용품'이다. 특히 20∼40대 남성들의 검색·구매 1위가 호신용품이다. 이번 사건 피해자가 모두 젊은 남성이었던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호신용품을 적절히 사용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 법은 정당방위에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한다.

현행 형법상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현재 부당한 침해가 있는 경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법적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 기준을 벗어나면 과잉방어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호신용품은 법이 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해 일반 폭행보다 더 강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구체적으로 힘의 격차로 저항이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 호신용품 사용이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있다. 권민정 법무법인 테헤란 변호사는 "건장한 남성이 여성을 공격할 때 일반적으로는 여성이 맨몸으로 싸워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그런 경우라면 어느 정도 호신용 무기 사용이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밖에 위협을 느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정당방위가 성립된다. 2018년 9월 서울 강서구에서 자신의 딸과 시비가 붙어 말싸움을 하던 남성에게 아버지가 죽도를 휘두른 사건이 있었다. 이를 말리는 남성의 모친에게도 죽도를 휘둘렀다. 법원은 딸을 지켜야 한다는 불안감에서 나온 행동이라며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라도 단순한 방어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공격하려는 의도를 보인다면 정당방위로 인정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을 공격한 상대방에게 보복심으로 공격적으로 맞대응 하는 경우 등이다.

김무훈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는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호신용 가스총을 분사할 수 있었음에도 얼굴 가까이서 호신용 가스총을 분사한 경우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판례"라며 "호신용품을 공격용으로 사용해서는 안되고 방어 행위임이 입증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