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였던 카카오 봤잖아"…에코프로 쏠림에 증권가 '경고'

김사무엘 기자 2023. 7. 2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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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2628.53)보다 7.93포인트(0.30%) 오른 2636.46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10.06포인트(1.08%) 상승한 939.96, 원·달러 환율은 4.5원 내린 1275.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023.7.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해 코스피 시가총액 증가분의 80%가 상위 10개 종목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은 시총 증가분의 절반이 에코프로 그룹주였다. 올 들어 시장은 크게 반등했지만 상승한 종목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증시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일부 종목에 쏠린 상승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코스피 총 시가총액(올해 신규상장·상장폐지 종목 제외)은 2074조29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20조13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시총이 가장 많이 늘어난 10개 종목의 시총 증가분이 259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81.2%를 차지했다.

코스피 전체 935개 종목 가운데 단 10개 종목이 올해 증시 규모 증가의 80%를 만들어냈다는 얘기다.

시총이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삼성전자다. 올해 삼성전자 시총은 90조원 가량 늘었는데 전체 시총이 420조원으로 가장 큰 만큼 주가 상승에 따른 시총 증가분도 컸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27.3% 올랐다.

주목할만 한 건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 그룹을 비롯한 2차전지 관련주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은 올해 37조8000억원 증가했고 POSCO홀딩스는 30조9000억원, 포스코퓨처엠은 28조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8조8000억원 늘었다. 삼성SDI(8조3000억원)과 LG화학(8조원)까지 합하면 코스피 주요 2차전지 관련주의 올해 시총 증가분은 122조원에 달한다.

코스피 시장에서 이를 주도한 업종은 2차전지, 반도체, 자동차뿐이다. 3개 업종 안에서만 순환매가 발생하면서 다른 종목들은 소외되는 상황이 지속됐다.

실제로 코스피 935개 종목 중 올해 주가가 오른 종목은 436개로 46.6%에 불과하다. 코스피 지수는 올들어 17.53% 올랐지만 절반 이상은 주가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코스피 수익률을 상회하는 종목은 전체의 21.2%인 198개 종목뿐이다. 통계적으로 표준정규분포를 따르다면 종목의 절반은 시장 수익률을 상회해야 정상인데 소수 종목으로만 쏠림이 지속되다보니 시장의 왜곡이 나타난 것이다.

코스닥 시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코스닥 시총은 125조6000억원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에코프로 3사(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 증가분이 59조6500억원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코스닥 시총 증가 상위 종목을 보면 2차전지, 로봇(AI), 엔터, 반도체 위주로 수급이 쏠렸다는 걸 알 수 있다. 에코프로 그룹이 쉬어가면 엔터가 오르고 이후에 로봇과 AI로 수급이 이동했다 다시 2차전지로 돌아오는 순환매가 올해 내내 지속됐다.

코스닥 역시 올해 지수는 36.89%로 급반등했지만 상승 종목수는 전체 1596개 중 872개로 54.6%에 그쳤다. 지수를 상회하는 종목 비율도 19.67%(314개)에 불과했다.

증시는 반등했지만 내 계좌의 수익률은 그대로인 것 같은 느낌은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대부분 투자자들이 겪는 현상이었던 것이다. 특히 올해 주가가 급등했던 종목은 개인 투자자수가 적은 반면 개인 투자자가 많은 종목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부진하면서 박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말 기준 소액주주수 207만명으로 전체 2위인 카카오는 올해 주가가 약 6% 하락했다. 소액주주수 상위 종목인 NAVER, 대한항공, 카카오뱅크도 올해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을 하회했다.

증권가에서는 과도한 쏠림에 의한 증시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쏠림 이후 대부분 증시 조정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지금 섣불리 투자에 나서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코스닥 시장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순이익비율)는 22.35배까지 치솟았는데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쏠림 현상이 발생한 이후의 증시 흐름은 조정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이 만만한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며 "시장이 약세로 전환되면 쏠림 현상도 버티기 어렵고 과열국면에서 투자한 종목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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