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통제력 잃은' 네탸냐후…중동 정세 더 큰 굴곡 예고

김상훈 2023. 7. 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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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집권 연정이 국내외의 우려와 비판을 무릅쓰고 사법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입법을 강행한 뒤 현지 일간 하레츠는 25일(현지시간) '네타냐후는 역대 가장 힘없는 총리'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분석의 요지는 '사법 정비'의 설계자인 야리브 레빈 법무부 장관이 이스라엘을 대혼돈으로 이끈 이번 입법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고 상황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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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빈 법무장관이 사법정비 입법 주도…다른 장관들도 걸핏하면 '연정 탈퇴' 으름장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집권 연정이 국내외의 우려와 비판을 무릅쓰고 사법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입법을 강행한 뒤 현지 일간 하레츠는 25일(현지시간) '네타냐후는 역대 가장 힘없는 총리'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분석의 요지는 '사법 정비'의 설계자인 야리브 레빈 법무부 장관이 이스라엘을 대혼돈으로 이끈 이번 입법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고 상황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이 법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중재안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여러 차례 네타냐후 총리와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 베니 간츠 전 국방부 장관의 합의를 시도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라피 비튼이라는 급진적인 법률 전문가의 비공식 조언을 받는 레빈 법무부 장관은 번번이 중재안을 거부했고, 결국 이스라엘을 대혼란으로 몰아넣는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강행했다.

레빈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 소속이지만, 사법 정비 법안에 대한 수정 요구가 있을 때마다 연정에서 발을 빼겠다며 벼랑 끝 전술을 폈다.

외견상 사법 정비 정국을 주도한 것으로 보였던 네타냐후 총리가 심장 박동 조율기 삽입 시술을 받고 36시간 동안이나 자리를 비웠음에도 입법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바로 이런 막후의 사정을 대변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스라엘 연정의 사법정비 입법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이들을 해산시키려는 경찰관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결국 이스라엘 사법부는 행정부의 비합리적 결정을 통제할 권한을 잃었고, 이것이 중동 내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의 분열과 정치 퇴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네타냐후 총리 주도의 이스라엘 초강경 우파 정부가 사법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법안을 처리한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평생 친구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민주주의에서 주요한 변화가 계속되려면 가능한 한 광범위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친이스라엘 단체 중 하나인 미국유대인위원회(AJC)는 이번 입법이 현지 사회 분열을 가속할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AJC는 타협하지 않고 사법개혁을 밀어붙인 것은 위협이 고조되는 시기에 이스라엘 국방부 내 불화를 야기했으며, 이는 이스라엘과 유대인 디아스포라(해외동포) 간의 긴장감도 키웠다고 지적했다.

사법 정비 입법 강행에 반대하는 공군 조종사와 특수부대 소속 예비역 군인들의 복무 거부 선언이 이어지면서, 이스라엘군 전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조짐도 보인다.

더 우려되는 것은 사법부의 견제에서 벗어난 이스라엘 연정 내 급진 세력들이 일으킬 파장이다.

사법부 무력화 법안 처리후 기념사진 찍는 네타냐후의 연정 파트너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레빈 장관 이외에도 이스라엘 연정 내에는 네타냐후의 통제가 어려운 연정 파트너들이 적지 않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부 장관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 때마다 '연정 지지 철회' 카드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관철해왔다.

반팔레스타인 선동가로 악명 높은 벤-그비르 장관은 이슬람권과 오랜 분쟁의 불씨인 동예루살렘 성지 규칙을 바꾸려 하고 있고, 국방부 내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담당 장관을 겸하는 스모트리히는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해 결국 서안지구를 병합해야 한다는 꿈을 꾸고 있다.

이들이 합리적인 선을 넘어선 도발적인 행동과 정책으로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을 자극한다면 중동 정세는 한층 더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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