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지두고 '파워게임'하는 개인 vs 외국인..코스닥 IT버블 재현 우려?

김소연 기자 2023. 7. 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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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전략]


개인과 외국인이 치열한 덩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2차 전지에 올인하는 개인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코스피 시장으로 건너와 외국인에 대적할 정도로 볼륨을 키웠다. 2차 전지주가 연일 급등하면서 개인들의 '패닉 바잉'이 지속돼 증권가의 경고음도 커진다.

25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7.93포인트(0.30%) 오른 2636.46에 마감했다.

개인이 이날 1조3731억원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외국인은 1조3493억원 순매도하면서 개인과 대결 구도를 형성했고 기관도 699억원 팔았다.

업종별로는 상승세가 우세했다. 2차 전지 소재주로 변신을 하고 있는 포스코그룹주가 연일 강세를 나타내면서 철강및금속업종이 3%대 가장 크게 상승했다. 이어 기계가 2%대 올랐고 유통업, 보험, 운수장비도 1%대 강세를 보였다. 반면 운수창고는 3%대 하락했고 의약품, 통신업도 1%대 내렸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도 2차 전지주의 강세가 돋보였다. POSCO홀딩스는 3위인 SK하이닉스와의 덩치 차이가 큰 탓에 시총 추격전은 멈췄지만 이날도 2.49% 올랐다. 포스코퓨처엠은 10.33% 오르며 현대차를 꺾고 시총 8위로 올라섰다. 반면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등은 약보합에 머물렀다.

코스닥 지수는 전일대비 10.06포인트(1.08%) 상승한 939.96을 기록했다.

개인은 이날 4241억원 순매도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866억원, 485억원 순매수하면서 지수가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2차 전지주의 랠리가 계속됐다. 업종별로는 지주사인 에코프로가 속한 금융과 에코프로비엠이 속한 일반전기전자가 나란히 8%대 강세를 보였다. 이어 엔터주가 속한 오락문화가 4%대 올랐고 제조는 1%대 상승했다. 반면 기타제조는 3%대 하락했고 출판매체복제, 소프트웨어, 제약 등이 2%대 내렸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에서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오후 장 들어 급등하면서 14%, 11% 뛴 가격에 장을 마쳤다. JYP Ent.와 에스엠은 각각 9%, 7%대 강세를 보였고 포스코DX는 4%대 올랐다. 셀트리온헬스케어, 펄어비스 등은 2%대 하락했다.

이날 LS그룹이 LS의 2차 전지 소재 사업 진출 소식에 모조리 급등했다. LS와 LS네트웍스가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해 마감했고 LS ELECTRIC, LS전선아시아는 각각 25%, 21% 뛰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증시 어디를 둘러봐도 2차 전지 뿐이다. 개인들의 수급도 온통 2차 전지 소재 기업들에 쏠려 있다.

에코프로, POSCO홀딩스의 급등세를 지켜만 봤던 개인들이 잇따라 대안 찾기에 나서면서 2차 전지주 랠리가 지칠 줄 모른다. 실제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은 총 1조3728억원을 사들였는데, POSCO홀딩스 단일종목에만 1조1904억원을 쏟아부었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종목을 하루에만 1조3304억원 팔았다.

수급 쏠림이 격화되자 증권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자칫 '패닉 바잉'이 '패닉 세일'로 이어질 경우 시장 전체가 휘청일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IT' 글자만 들어가면 주가가 급등했던 2000년대 코스닥 IT버블이 연상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최근 급등한 2차 전지주들은 시총 상위종목에 대거 포진해 있어 증시 영향력도 크다. 이날 코스피 시총 상위 10위 종목 중 2차전지주는 LG에너지솔루션, POSCO홀딩스, LG화학, 삼성SDI, 포스코퓨처엠으로 코스피 지수 내 비중이 약 19%다.

코스닥 시장도 마찬가지다.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엘앤에프, 포스코DX의 비중이 21%에 육박한다.

삼성SDI 배터리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2차 전지주들이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 주가 수준까지 기업 펀더멘털이 올라오려면 10년여가 걸리는 만큼 투자 유의를 당부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 연구원은 "현재 급등세는 기업 펀더멘털이나 밸류에이션으로 설명할 수 없고, 오로지 수급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과열"이라며 "개인들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투자를 하는데 글로벌 금융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핀트가 하나만 어긋나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 실적 눈높이가 하향조정됐고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 이번주 FOMC 회의가 있다는 점 등에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2차 전지 과열 국면에 대해 우려했다. 그러나 개인 위주의 랠리에 외국인과 기관이 동참하지 않는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이 팀장은 "2차 전지주가 급등하면서 부담이 있고 단기적으로 쏠림을 풀고 갈 필요는 있다"면서도 "과거 IT버블과 달리 실체가 있는 기업들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고, 외국인과 기관은 접근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혹시 개인 수급이 줄더라도 외국인이 빈 자리를 채우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2차 전지 과열 국면이 진정되면 외국인이 계속 사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인터넷이 주목받으면서 시장 레벨업을 이끌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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