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휴대폰처럼 바꿔끼면 안 되나···“한계 많다”

박순봉 기자 2023. 7. 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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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처럼 전기차 배터리도 탈부착하도록 만들어서 충전하는 대신 교환해서 쓰면 어떨까.

중국에서 일부 시행되는 것처럼 충전소에 들러서 완충된 배터리팩과 교체하면 유선 충전 방식에 비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일각에선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본다. 전기 오토바이에선 이미 일부 사용 중이다.

하지만 전기차에 ‘교환식 배터리’를 적용하는 건, 기술적으로나 시장 여건상 “한계가 많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5일 공개한 ‘배터리 교환식 전기차의 가능성과 필요성’ 보고서에서 교환식 배터리 적용 가능성을 분석했다. 현재 전기차 충전 방식은 유선 충전이 일반적이다. 통상 수십분에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충전 시간 동안 운전자는 기다려야 하는 게 맹점이다. 반면 배터리 교환에 걸리는 시간은 5분 정도다. 유선 충전에 비해 배터리 교환이 시간을 훨씬 절약해준다.

교환식 배터리 장단점 한국자동차연구원 보고서

또한 교환식 배터리는 사회적으로 전력 부하 관리에도 용이하다. 교환소에서 사전에 배터리를 충전하므로 전기요금이 싼 편인 심야 등을 활용해 전력을 적절히 배분할 수 있다.

소비자가 배터리를 사는 게 아니라 빌려서 쓰는 방식이기 때문에 초기 전기차 비용도 낮출 수 있다. 배터리의 성능도 교환 업체가 유지하므로 양호하게 유지 가능하다.

그러나 보고서는 시간 절약, 전력 부하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 등이 있더라도, 교환식 배터리에는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유선 충전 기술의 발달이 교환식 배터리의 필요성을 낮추는 첫 번째 이유다. 유선 급속충전 속도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점차 빨라지고 있다. 보고서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바탕의 전기차는 800V 충전기를 활용해 10%에서 18분만에 80%까지 충전시킬 수 있다고 예를 든다. 즉 배터리 교환에 걸리는 시간과 유선 급속충전의 속도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유선 충전 역시 원격 제어 기능을 적용하고 있어 전력 부하 관리도 개선되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6월부터 가정용 및 직장용 완속 충전기 원격제어 기능 적용을 의무화했다. 일본도 지난 3월부터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격으로 관리하게 될 경우 가정에서 주로 충전이 이뤄지는 밤 시간대에 나눠서 충전하는 식으로 사용량을 분산할 수 있다.

또한 보고서는 교환식 배터리를 쓰게 될 경우 ‘구독 서비스’를 적용하게 되는데, 소비자의 수용성·표준화·안전성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NIO)는 지난해 약 12만대 교환식 전기차를 판매했는데, 이는 초기 무료 배터리 교환 서비스 덕분이라고 봤다. 니오가 유료로 전환하자 소비자 반응이 나빠졌고 결국 배터리를 구매할 수 있는 선택사항을 제시했다.

게다가 규격이 다른 제조사 간에는 배터리 교환이 어렵다. 배터리를 표준화하기 전에는 회사별로 구비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걸림돌이 크다.

또 배터리 교환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결합부의 손상이나 노후로 인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달 말 중국의 지리자동차 전기차의 배터리가 주행 중 분리되는 사고가 발생한 적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현재까지 배터리 교환 서비스는 중국이 선두주자다. 니오, 배터리 교환 솔루션 업체인 얼턴(Aulton), CATL 등이 배터리 교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월 기본요금은 399위안에서 1680위안까지다. 교환식 충전 요금은 kwh당 10.18~16.80위안이다. 가정용 완속 충전기를 쓰면 kwh당 0.6위안이고, 공공충전기 급속요금은 1.6~1.8위안이다. 따지고 보면 충전 요금도 교환식이 비싼 편이다.

대신 교환식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초기 구매 비용이 더 저렴하다. 배터리를 대여하는 형식이기 때문으로, 결국 사용자 이용 방식별로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한 대목이다.

다만 전기 오토바이는 전세계적으로 배터리 교환식이 보편화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기 때문에 교환이 용이하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도 이런 방식의 이륜차와 교환소 보급, 서비스 운영 등에서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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