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봉사활동 전념 홍준표, 26일 윤리위 징계에 영향 미칠까
당원권 6개월~1년 수준 전망…일부 강경파 의원들 "홍문종처럼 제명"주장
정치권 일각, 내년 총선 앞두고 '홍준표 영향력' 축소 위한 중징계 주장 제기
[서울=뉴시스] 정윤아 이지율 기자 = 수해 골프 논란으로 당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절차를 밟게 된 홍준표 대구시장이 나흘째 페이스북 글을 올리지 않고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홍 시장의 징계 수준을 놓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25일 종합결과, 홍 시장은 지난 20일 당 윤리위가 자신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하자 페이스북에 과하지욕이란 사자성어를 남겼다 다음날 새벽 삭제했다.
과하지욕은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이란 뜻으로 자신의 윤리위 징계를 치욕으로 비유한다고 해석돼 또 다른 논란에 올랐다.
평소 이틀에 한번 꼴로 정책 현안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올리던 홍 시장은 그날 이후 25일 현재까지 페이스북을 하지 않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24일부터 사흘간 수해 복구 봉사활동에 들어갔다. 언론과의 접촉도 끊었다. 묵묵히 봉사를 해 본인이 일으킨 논란을 책임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홍 시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놓고 이견차를 보이고 있다.
홍 시장이 지난 19일 대구 시청에서 직접 허리를 숙여 사과하자 경고나 당원권 정지 3개월 수준의 경징계가 내려질 거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 치욕의 뜻이 담긴 사자성어를 올렸다 지우자 다시 당 안팎의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일부 강경파 친윤 의원들은 17년 전 수해 골프로 제명당했던 홍문종 전 새누리당 의원의 사례를 거론하며 윤리위 중징계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윤리 규정에 국민 재난 상황에서 골프를 치지 말라고 명시한 이유는 과거에 홍문종 의원 사태로 인한 국민 비난이 컸기 때문"이라며 "골프를 치고 나서 바로 사과하고 국민의 마음을 보듬으면 괜찮았는데 계속 강변하며 갈등을 야기하고 국민적 비난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라디오에 나와 "전적으로 윤리위원회가 결정할 문제이지만 수해 속 골프를 치다가 '제명'된 전례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과거 대권주자였고 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낸 홍 시장을 중징계해선 안 된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다른 윤리위 징계건과 형평성도 맞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또 그간 윤 대통령의 각종 논란을 일선에 서 옹호해온 홍 시장을 중징계 할 경우, 생길 내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홍 시장이 당 대표 시절 원내대표를 지낸 김성태 전 의원은 "그래도 집권당 대선 후보까지 하신 분"이라며 "저는 윤리위가 이 일로 정치적 갈등이 양산되는 그런 징계 결정을 하면 안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제명까지 갈 사안은 아니다"라며 "홍 시장이 사과해놓고 진정성이 없다는 논란까지 생겨도, 아무튼 제 입장에서 중징계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제명은 너무 심한 징계"라며 "일단 관여하지 않고 윤리위 결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당 윤리위 내부 분위기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당 윤리위는 황정근 위원장, 전주혜 부위원장과 7명의 윤리위원으로 구성돼있다.
윤리위 핵심 관계자는 "사과했을 때 정상 참착하려고 했는데 그 뒤에 과하지욕 사자성어 올린걸 보고 소명을 꼭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마음 같아선 제명이지만 일단 다른 윤리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할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홍문종 전 의원 징계 수준(제명)은 모르겠고 당원권 정지 수준이 되지 않겠느냐"며 "윤리위가 정하는 징계수준은 언론과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윤리위원은 "직접 사과를 하고 봉사활동에 나선 것도 징계 수위에 반영해야한다고 본다"며 "물론 과하지욕 문제도 소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다른 윤리위원들과 징계수준을 아직 이야기 안 해봐서 내일 회의에서 논의해봐야한다"며 "지난 회의 때도 분위기가 아주 무거웠다. 홍 시장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게 처음이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홍 시장은 26일 윤리위에 직접 출석할지 여부를 고심 중이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윤 강경의원들이 홍 시장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구 공천에 영향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중징계를 주장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홍 시장은 정권 초기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호위무사 역할을 해왔다. 특히 윤 대통령의 각종 순방, 발언, 정책 논란에 대해 일선에 서서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홍 시장의 인지도와 파급력이 높기 때문에 정치권에선 '대통령실 홍보수석실이 해야할 일을 홍 시장이 한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홍 시장이 있는 대구는 국민의힘 텃밭으로 현역 대구의원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절대 우세 지역은 50% 물갈이 공천을 해 온 것이 관례"라며 대구경북 물갈이론을 거론했다.
홍 시장이 대구 지역 전체는 아니라도 일부분 공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홍 시장이 텃밭인 대구 공천에 목소리를 낸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서는데 도움이 된다.
때문에 이를 견제한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당원권 정지 1년이나 제명을 통해 홍 시장의 손발을 옥죄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jool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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