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쇼이구 국방장관, ‘전승절’ 북한 방문···북·중·러 한자리에

박광연 기자 2023. 7. 2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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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행사에 외국인 첫 입국
중국 당·정부 대표단도 방문 예정
‘북·중·러 연대 과시’ 의도 해석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사진 왼쪽)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러시아 중부 전구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정부 군사대표단이 오는 27일 북한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일) 70주년을 맞아 북한을 방문한다. 중국 대표단에 이어 러시아도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하며 북·중·러 연대를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다. 북한이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내부 행사 참석차 외국인 입국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5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성의 초청에 의하여 국방상 쎄르게이 쇼이구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로씨야 연방 군사대표단이 위대한 조국 해방전쟁 승리 70돐에 즈음하여 우리나라를 축하방문하게 된다”고 밝혔다.

통신은 “로씨야 연방 군사대표단의 우리나라 방문은 전통적인 조·로(북·러) 친선관계를 시대적 요구에 맞게 승화 발전시키는 데서 중요한 계기로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쇼이구 장관의 방북 기간을 25~27일로 발표했다.

북한 전승절 70주년을 계기로 북·중·러가 한데 모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전날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인 리홍중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한국의 국회 부의장 격)이 이끄는 중국 당·정부 대표단은 전승절 70주년을 맞아 북한 노동당·정부 초청으로 오는 26일 방북한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 전승절에 외국 대표단을 초청한 것은 2013년 60주년 기념식 이후 10년 만이다. 북한이 미국과 한국, 일본에 맞서는 중국·러시아와의 국제적 연대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북한은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지지해왔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에게 “한 전호(참호)에 있다”며 유대를 강조해왔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발사를 두둔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정치국이 지난 6월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에서 “격돌하는 국제 군사·정치 정세에 대처하여 미국의 강도적인 세계 패권 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의 연대를 가일층 강화”하겠다며 ‘반미’ 연대를 강조한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의미 부여한 전승절 70주년 기념식을 국제적 행사로 격상시키며 한반도 주변의 ‘신냉전’ 구도를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정세를 핵 무력 고도화 명분으로 삼고 있다.

러시아·중국 대표단이 전승절 열병식에서 전개될 북한의 각종 핵·미사일 행렬을 바라보며 핵 무력 고도화를 승인하는 듯한 모습을 북한 당국이 연출하려들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은 열병식에 중·러 대표단을 양옆에 두고 국방 성과를 과시하는 모양새가 절실하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러시아 방북 대표단의 급은 다소 차이가 있다. 중국은 최고지도부가 아닌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을 보내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국방장관을 보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중국은 미국과 관계 조정 국면을 고려해 지나치게 높은 급이 아닌 인물을 신중히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는 대미 전쟁의 상징성과 북한과 군사 협력이라는 실용성을 고려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중국 대표단의 북한 방문은 외부와의 접촉·교류를 본격적으로 재개하려는 북한의 신호로도 읽힌다.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북한의 국경봉쇄 이후 외국인이 북한 내 행사 참석을 위해 입국하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2020년 상반기 이후 외국 인사가 북한에 입국한 사례로 북한이 공식 확인한 건 올해 3월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가 처음이었고 이번이 두 번째”라며 “방역을 전반적으로 완화하는 조치가 있었고 국제 스포츠 행사에 참여하려는 준비 동향이 있는 것으로 볼 때 (국경 개방은) 어느 정도 시간문제 같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에선 전승절 70주년 기념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한국전쟁에 참전한 북한군 노병들과 전시 공로자들, 군인 지원 공로자들인 원군미풍 열성자들 등이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전날 평양에 도착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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