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병, 죗값 치러야" "책임 온전히 남아"…여야 '참사의 정치화' 공방

김정률 기자 2023. 7. 2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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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대야 공세 고삐쥐고 "참사 정쟁으로 삼는 악행 근절해야"
민주, 정치적 책임 강조…감사원 감사·이태원특별법 통과 추진
10.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탄핵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을 마친 뒤 대심판정을 나서고 있다. 2023.5.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를 기각했다. 여당은 참사마저 정쟁으로 삼은 야당 탓에 재난 컨트롤타워인 행정부 수장 부재 사태를 불러왔다며 야당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반격에 나설 채비를 하는 분위기다.

이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지난 2월8일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을 의결한지 167일 만에 다시 업무에 복귀하게 됐다.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론을 내렸다.

이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69일 만의 결정이다. 헌재는 이 장관이 참사 원인과 골든타임 부재 등에 대해 경찰이나 소방인력이 미리 배치된다고 막을 수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국민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부적절하다"면서도 재난안전관리에 관한 국민의 신뢰가 현저히 실추되지 않았고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이 장관 탄핵 소추 기각과 관련해 공세의 고삐는 국민의힘이 쥐는 모습이다. 대형 수해가 발생하면서 행안부 공백 사태가 발생한 것을 두고 민주당을 향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국회에서 수적 우위를 앞세워 애초 법적 요건에 맞지 않는 상황에서 사사건건 국정 발목잡기를 하는 데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헌재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는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거대 야당의 일방적 횡포라는 판결을 선고 했다"며 "참사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악행을 이제는 근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거대 야당이 오로지 당리당략을 위한 수단으로 국민적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은 악행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며 "작금의 거대야당은 오로지 국정 발목잡기에만 몰두하면서 국회를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정부 주요인사들에 대해 탄핵 운운하며 겁박한다"고 비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애당초 이번 탄핵심판은 탄핵 사유조차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책임져야 할 시간이다. 국민 피해를 가중시키는 민주당의 습관적 탄핵병,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헌재가 법적 책임을 묻지는 않았어도 정치적·정무적 책임이 있다며 탄핵 소추안 통과를 정당화하고 있다. 자칫 쏟아질 책임론에 대해 법적 논리가 아닌 정치적 영역에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감사원 감사 및 이태원 참사 특별법 국회 통과 등으로 맞대응하는 모습이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충남 부여군에서 수해복구 지원활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이 탄핵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이 헌재 결정문에 나왔고, 이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라며 "헌재 결정을 존중하지만, 파면에 이르지 않더라도 책임져야 할 일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법의 영역, 정치의 영역, 윤리의 영역은 각각 다른 것이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정권의 책임은 온전히 남아있는 것"이라며 "감사원은 연말로 미룰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이태원 참사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검사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역풍보다는 유가족의 아픔과 진실규명을 못 한 것에 대한 굉장한 자책과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6개월 후에 반드시 통과돼 제대로 된 사실조사와 진상규명, 이를 통한 유가족의 피해 회복을 더 끝까지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 야당도 탄핵 소추안을 의결하면서 이 장관이 파면될 것이라고는 바라보지 않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당시에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헌정사상 첫 장관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의회 권력을 가진 다수당의 힘 자랑이자 이재명 대표 사법처리에 쏠린 국민 시선을 흐트러뜨리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지난 2월8일 탄핵 소추안 국회 의결 당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본회의, 법사위원장 탄핵소추위원, 헌법재판소 인용이라는 세 개의 벽을 넘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이런 분위기는 이날 오전에도 감지됐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김승남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지난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보면 5대 4로 가까스로 이겼다. 저는 적어도 6대 3이나 7대 2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5대 4가 나온 거 봐서는 이번 탄핵에서도 재판관의 정치적인 성향이 많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부정적이다"라고 했다.

조응천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재 헌법재판관은) 중도보수 5명, 진보 4명인데 이 장관이 탄핵되려면 6명이 필요하다"며 "5대 4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이날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공동취재) 2023.7.2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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