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99%가 겪은 교권침해… "악성 민원인, 교육감이 고발해달라"

최나실 2023. 7. 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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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부모가 아동학대 관련 민원을 제기하며 '일이 커지지 않게 여기서 마무리하자, 길어지면 개싸움 되고 선생님만 힘들어진다'면서 '무릎을 꿇고 빌어서 끝내라'고 했습니다.

△통합민원 창구 설치로 체계화된 민원처리 시스템 구축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마련 등 학생에 대한 정당한 생활지도권 보장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어렵게 하는 현행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학교폭력 업무에서 교사 제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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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교조·전교조 교원단체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 민원 시 '교육청 도움' 1.8% 불과
"정당한 교육, 아동학대로 처벌 막아야"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서이초 교사 추모 및 재발방지 대책 교사 의견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학부모가 아동학대 관련 민원을 제기하며 '일이 커지지 않게 여기서 마무리하자, 길어지면 개싸움 되고 선생님만 힘들어진다'면서 '무릎을 꿇고 빌어서 끝내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된다면 제(교사) 부모님까지 모셔 와서 같이 무릎 꿇고 빌라고 하시고요.
전국초등교사노조에 제보된 학부모 악성 민원 사례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으로 '교권침해'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된 가운데, 초등교사의 99%가 실제 교권침해를 경험한 적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교원 단체들은 악성 민원 등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체계화된 민원 창구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25일 전국초등교사노조(초교조)는 전국 초등교사 2,39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권침해를 당한 적 있다는 응답이 99.2%(2,370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경험한 교권침해 유형(중복응답)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49.0%)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학생의 불응·무시·반항(44.3%) △학생의 폭언·폭행(34.6%) 순이었다.

초교조는 "교권침해가 교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네 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통합민원 창구 설치로 체계화된 민원처리 시스템 구축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마련 등 학생에 대한 정당한 생활지도권 보장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어렵게 하는 현행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학교폭력 업무에서 교사 제외 등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이날 전국 유·초·중등 교사 1만4,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 활동 중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중복응답)의 1순위는 부적응 학생 생활지도(95.3%)였고, 과중한 업무(87.1%)와 학교 공동체의 지지 및 보호 체계 부재(84.1%),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81.6%) 등이 뒤를 이었다.

학부모 민원 시 많은 교사들이 동료 교사의 지원(65.2%)을 받는다고 답한 반면 교육청 지원을 받은 경험은 1.8%에 불과했다. 아무 도움을 못 받은 경우도 28.6%에 달했다. 교권 보장을 위한 교육부와 교육청 대책의 실효성을 묻는 질문에는 95.5%가 '실효성이 없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학부모 갑질 등으로부터의 보호 대책으로는 '교권 침해 사안 교육감 고발 의무 법제화 등 가해자 처벌 강화'(63.9%)를 꼽은 이가 가장 많았다. 재발 방지를 위해 교육 당국이 해야 할 일로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한 정당한 교육활동의 아동학대 처벌 방지'(89.2%)와 '관련 법 및 고시에 교사 생활지도권을 구체적으로 명시'(66.2%) 등이 거론됐다.

전교조는 3대 과제로 ①악성 민원 근절 ②아동학대처벌법 개정 ③교권침해 학교장책임제 실현을 제시하고 13개 세부 대책을 내놨다. 전교조는 "국회와 교육 당국은 이를 대한민국 교사들의 절박한 제안으로 여기고 적극 수용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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