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만원 아동수당 효과 미미…선별지급 등 논의해야"
"현재로서는 아동수당이 양육의 부담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아동수당이) 모친의 노동 공급과 삶에 대한 만족도 및 건강에 미치는 효과의 추정치 크기가 작고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고강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저출산 대응 정책의 성과: 자녀 양육 비용 부담 경감과 정책 방안' 포럼 발제에서 이같이 밝혔다.
'저출생·인구절벽대응 국회포럼'(이하 저출생 포럼)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포럼에서는 아동수당과 부모급여 등 저출생 관련 현금 지원 제도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안이 논의됐다. 포럼에는 저출생 포럼 대표 의원을 맡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양정숙 의원(무소속),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이 참석했다. 포럼 발제는 고 교수와 박은정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이 맡았으며 강창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선숙 한국교통대 경영·통상·복지학부 교수, 강지영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토론을 진행했다.
고 교수는 한국노동패널의 데이터를 활용해 아동수당 정책 혜택을 받은 자녀를 둔 모친들의 삶이 정책 시행 전후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분석했다. 아동수당은 양육에 대한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아동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지난 2018년 9월 처음 도입된 제도다. 처음에는 소득 하위 90% 가구의 만6세 미만 아동에게 선별적으로 월 10만원을 지급했지만, 현재는 만 8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지급하고 있다.
고 교수는 "삶에 대한 만족도를 개인 후생에 대한 척도로 해석한다면, 아동수당 지급이 실질적으로 가구의 후생 증진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했다"며 "선별 지급 등 아동수당 정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 의원은 이날 포럼에서 "한국 인구가 저출생과 고령화로 2070년 3766만 명까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한국의 저출생 현상은 당사자인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사"라고 했다.
이어 "지금이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마지막이라는 이야기가 여러 차례 나온다"며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가 가동 중인 만큼, 총체적인 원인 분석과 그에 맞는 예산 및 정책 지원을 통해 지금이라도 인구절벽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배 원내대표는 "그동안 저출생 대응 정책이 육아와 결혼, 교육 등 부분적이고 표면적인 이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최근에는 복합적인 '삶의 질' 관점에 초점이 맞춰지는 거 같아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정의당에서도 인구위기대응TF를 원내에 구성하고 21대 국회 마지막 남은 정기회에 꼭 입법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닥친 저출생 인구절벽 현실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내기를 바란다"고 했다.
부모급여의 양육비 소득 보전 효과를 분석한 박은정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소득분위가 낮을수록 부모급여를 지급할 때 가구소득 증가율과 양육비 대비 부모급여액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며 "저소득층에서 부모급여로 인한 소득 보전 효과의 체감도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부모급여란 출산·양육으로 인한 소득 감소를 보전해 가정에서 양육자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을 보장하고,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지난 1월 25일 첫 지급을 시작했다. 만 0세와 만 1세는 각각 월 70만원, 월 35만원을 받으며 내년 이후 지원액은 각각 월 100만원, 월 50만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박 연구위원은 "(부모급여 제도 설계는) 통합적인 지원 체계의 개편 논의가 함께 진행되지 못했다"며 "가정양육수당과 아동수당 등 기존 수당 제도의 개편이 함께 논의되지 못했고 육아휴직 등 자녀 돌봄 시간 지원도 함께 고려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정양육수당과 아동수당 개편을 함과 동시에 현금 중심에서 보육 서비스 중심으로 지자체 정책 기조가 전환될 필요가 있다"며 "부모급여가 육아휴직급여의 실질소득 대체율 제고의 기여하는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육아 휴직 사용도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서는 고 교수의 연구 결과가 단기적 성과에 중점을 둔 다소 무리한 시도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선숙 한국교통대 경영·통상·복지학부 교수는 "(고 교수의) 아동수당 효과분석은 아동수당의 목적을 아동 권리증진에 두기 보다는 단기적 성과를 다소 무리하게 찾고자 한 생각이 든다"며 "정책 성과를 단계적으로 확인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궁극적인 목적 달성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정책의 성과로 볼 수 있을 것인지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연구 결과를 통해 아동수당의 정책에 대한 효율성 제고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김 교수는 부모급여에 대해 "지금까지 일·가정 양립을 위해 노력해 온 다양한 제도 및 정책과 일관성 있는 정책방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없다"며 "0~1세 아동에 대한 부모급여의 지급은 가족 지원의 영아기 편중 현상을 심화시킨다. 오히려 부모급여보다는 아동수당의 수급연령을 확대하는 방안이 제도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지영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수당의 형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획일적으로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현행 방식은 제고될 필요가 있다"며 "아동수당이 모친의 취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특히 저학력 여성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분을 고려해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동수당과 관련한 조세제도 및 기타 현금성 급여 개편이 필요하다"며 "아동수당을 제외하고 세제혜택을 중심으로 하는 현행 아동소득지원제도의 역진성(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부담을 지는 것) 문제도 해결돼야한다"고 덧붙였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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