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세운 비의료인 무조건 처벌 안돼"…대법 판결에 의료계 발끈

강승지 기자 2023. 7. 2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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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무장병원 불법개설 혐의로 집유 선고받은 A씨 사건 파기환송
치의협 "일탈행위 미흡하게 판단, 규탄"…건보공단 "특사경 필요"
ⓒ News1 DB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무조건 '사무장병원'으로 보고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에 의료계는 '불법 편취를 사실상 용인해준 것'이라며 반발했다. 관리 당국은 특별사법경찰권을 달라고 주장했다.

일명 사무장병원으로 불리는 불법 개설기관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건강보험 고갈 우려 때문이라도 부당이득 환수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대법원의 판단은 의료계의 현실을 외면한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의료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7일 의료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의료법은 의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등이 아니면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의료법인 설립은 비의료인도 할 수 있다.

의료인이 아닌 A씨는 의료법인을 형식적으로 세운 뒤 이사장으로서 요양병원을 설립·운영한 혐의와 적법한 기관인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137억8000만원의 요양급여를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A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의료법인 이사회의 구성원이 A씨 가족과 지인이었고 운영 결정권이 A씨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2심 법원은 유죄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형량이 무겁다는 A씨 항소를 받아들여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의료인의 의료법인 설립이 허용된 이상, A씨가 의료법인에 필요한 자금을 출연하고 임원 지위에서 운영에 관여한 것까지 금지하기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만약 A씨를 처벌하려면 그가 돈을 들이지 않은 채 실체없는 의료법인을 만들고 이를 악용해 병원을 적법하게 개설·운영하는 것처럼 꾸몄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비의료인이 주도적으로 병원을 개설·운영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써 악용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는 의미다.

대법원의 이번 판단에 대해 일각에서는 "개설 자격 위반 인정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한다. 사무장병원 설립 주체가 다양해지는 추세에 불법 편취를 쉽게 만든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2022.10.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불법 설립 주체가 점차 다양화돼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도 출몰하는 상황에서 의료법인 명의 기관을 비의료인과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치협은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는 사법부가 나서서 의료법인 수익금 편취를 용이하게 만드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의료법인을 개설할 수 있는 주체가 비의료인 외에도 많은데, 사건의 비의료인이 법인을 주도적으로 개설·운영한 것을 자격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치협은 전했다.

치협은 "의료법상의 사무장병원 금지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향후 수사와 하급심 판결 위축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 공공성과 비영리성의 일탈 행위를 미흡하게 판단한 대법원을 규탄한다"고 했다.

사무장병원을 적발하는 입장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문적인 적발을 위해서는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사경은 특수 분야 범죄에 대해 통신사실 조회와 압수수색, 출국 금지 등 경찰과 같은 강제권 수사권을 지니고 수사하는 행정공무원을 말한다.

공단은 직원이 특사경으로 활동하면 경찰보다 신속히 수사에 들어가고 끝낼 수도 있어 연간 2000억원 가량의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다고 봤다.

공단 관계자는 "비의료인이 세운 의료법인이 병원을 열 때 이사회나 총회를 했는지, 운영을 비의료인인 이사장 혼자서 다 하는지, 총회 절차가 있는지, 회계가 투명한지 등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를 모두 확인해야 단정할 수 있다. 한두 가지는 맞는데 나머지는 입증하지 못 하면 사무장병원으로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공단도 대응책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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