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안 표결 실명제, ‘책임 정치’ 위해 필요해”
“차기 체포안? 당에서 쉽게 가결 어려워…계속 지켜볼 것”
“혁신안 진통 예상…당이 쉽게 받을 수 있는 건 혁신 아냐”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당 쇄신을 위해 닻을 올린지 한 달이 지났다. 이 기간 혁신위는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혁신안들을 내놓고, 의원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다만 당 일각에선 '친이재명계 혁신위가 계파갈등을 부추긴다'는 질타도 나왔다. 비전과 소통의 부재 역시 숙제로 지목된 상황. 혁신위는 과연 높은 파고를 극복하고 '민주당 혁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은 지난 24일 시사저널과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만나, 혁신위 활동을 중간 점검하며 "국민들이 공감하는 혁신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1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 관련 잡음에 대해선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당이 쉽게 차기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진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체포동의안 표결 실명제 도입에 대해서도 '책임 정치'를 위해 필요하다고 재차 역설했다.
원내 일각의 혁신위를 향한 비판에 대해선 "진통이 있을 것은 처음부터 예상했다"며 "혁신위와 원내 간 긴장관계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 잘하는 정책강화 정당'과 '국민의 정치참여를 담을 수 있는 정당' 만들기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다.
혁신위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중간 평가를 해본다면.
"지금까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각종 방안들을 발표했고 다음 단계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외부에선 아직 강력한 혁신안이 없고 지지부진하단 지적도 있다. 이러한 반응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저희가 제시한 것이 당에서 바로 받을 수 있는 것이면 그건 혁신이 아니라고 본다. 진통과 다양한 목소리 속에서 나오는 것이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의미 있는 혁신안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혁신위에 '쇄신 전권'을 위임했다. 체감하나.
"저는 당에서 주어진 것이 전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희에게 주어진 역할은 당 내부적 문제를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파악하고 그에 맞는 개선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전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필요한 혁신이 뭔지를 찾아내는 것이 바로 전권이라고 생각한다."
현 민주당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현재 민주당은 뭔가 저력은 있으면서도 싸움에 최적화된 것이 전부인 느낌이다. 200만 명이 넘는 당원들이 각자 정치 참여적 욕구도 강하고,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이끌어낸 조직력은 분명히 있다. 다만 투쟁 이후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준비는 충분하지 못한 느낌이다. 또 명분을 중시하면서도 문제점을 스스로 잘 인정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혁신위가 지향하는 비전, 혁신 방향은 무엇인가.
"혁신의 기본 방향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당이 어떻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두 번째는 '유능한 정당'을 만드는 고민이다. 의원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촉구하려면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지도 고심하고 있다. 마지막은 국민들의 정치 참여 욕구를 정당이라는 틀에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1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와 관련해 당내 이견도 여전히 많은데.
"지금은 검찰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과 '영장 청구'를 무기로 이용해, 민주당을 '방탄국회' 프레임에 가두려고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레임을 깨는 방법은 정치인이 자신의 특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 우리가 제 식구를 감싸지 않고 정말 국민들만 믿고 가겠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의도로 해당 내용을 혁신위에서 논의했다. 이런 취지를 의원들께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랐고, 결국 진통 끝에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불체포특권 포기 단서로 '정당한 영장' 기준을 말했다. 일각에선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표현이 '꼼수'라는 비판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국민을 책임지는 정치인들이 국민 앞에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한 이상, 어떻게 함부로 결의를 뒤집고 불체포특권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겠나. 물론 지켜봐야 한다. 다만 차기 체포동의안이 넘어온다 해도 당에서는 쉽게 가결시키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체포동의안 표결을 실명제로 바꾸는 방향은 어떻게 나왔나.
"저희가 불체포특권과 관련해 여러 자료들을 검토해봤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국회의원들의 불체포 특권이 이렇게까지 많이 쓰이지 않는다. 기명 체포안 표결이 원칙인 곳이 대부분이다. 특히 불체포특권은 일반 국민들에겐 없고 의원들에게만 있는 권리다. 당연히 책임감 있게 행사해야 된다. 그래서 '책임정치'의 차원에서 표결 실명제를 고안했다."
의원들의 윤리 의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감찰 시스템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당내에 존재하는 감찰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감찰 개시 가능성이 거의 당 대표의 재량에 달려 있어서다. 이 경우 신뢰성도 떨어질 수 있고 당 대표 마음대로 한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별도 감찰단을 만들어 상시·인지 감찰이 가능할 수 있게 하고, 외부 인사를 감찰단장으로 임명해 임기를 보장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또 시민의 눈높이에서 윤리 기준을 판단할 수 있도록 시민 감찰관제도 도입하고,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정기적 자산 감찰을 하는 방안도 고안해 지도부에 제안했다."
공천 시스템도 혁신 대상에 포함되나.
"공천 관련 문제는 이해관계자도 많고 민감한 사안이다. 또 이 부분을 빨리 꺼내면 그만큼 많은 반발과 갈등도 예상된다. 그래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굉장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이 문제를 다룰 명분을 찾을 것이다. 또 국민들이 사실 가장 관심이 있는 부분은 민주당이 어떤 사람으로 구성되는지 여부다. 그래서 공천 시스템과 함께 '인적 쇄신'과 관련해서도 어떻게 개선할지 계속 고민할 것이다."
'유능한 정당'을 만들기 위한 혁신안은 어떤 식으로 구상 중인가.
"지금의 정치인과 국민들이 사는 '현장'의 삶은 너무 동떨어져 있다. 국민들의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현장과 교류하면서 자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국회로 많이 들어와야 한다. 그래서 국회의 정책적 기능을 강화하는 혁신안들을 내놓을 예정이다. 예를 들어 상임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상임위 강화 방안'이나, 정책이 활발하게 나올 수 있도록 '정책 전당대회' 등 여러 아이디어들을 논의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혁신위를 향해 '특정 인사들만 비판한다',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우선 혁신위에도 의원 두 분(황희·이해식)이 계셔서 그분들을 통해 원내와도 계속 소통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하다 보면 기존의 기득권 내려놓기도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현역 의원들과 저희의 혁신 방향이나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을 수 있다. 이해관계 충돌도 있을 수 있다. 원내 의원님들과의 어느 정도 긴장관계는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의원님들과 얼마나 잘 지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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