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이 주력사업"…'초개인화 서비스'로 충성고객 노리는 LG전자
월 7만원에 만드는 가전 생태계…"한번 팔면 끝나는 관계 극복"
(서울=뉴스1) 김민성 강태우 기자 = 지난해 1월 LG전자(066570)는 냉장고·세탁기 등 생활가전을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업그레이드하는 '업(UP) 가전'이란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왔다. 구형 세탁기라도, 올해 신제품에 탑재된 옵션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이다.
새로운 기능이 담긴 가전제품을 쓰려면 제품 자체를 새로 구매해야만 했던 기존 트렌드를 완전히 바꾸는 LG전자의 야심작이었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전자의 갤럭시폰 사용자들이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통해 최신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쓰는 방식을 가전에도 적용한 것이다.
약 1년 6개월이 지나서 LG전자는 25일 단순한 가전 업그레이드를 넘어 가전제품을 활용한 서비스, 구독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업가전 2.0'을 제시했다.
그간 LG전자가 가전 업그레이드에 집중한 건 '충성고객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는 '산토끼'를 잡는 것보다 기존 구매자인 '집토끼'에 차별화된 기술을 제공하면서 '록인(Lock-in)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록인 효과는 쓰던 제품에 익숙해져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한 번 구입하면 계속 구매하는 현상을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iOS를 통해 아이폰, 애플워치, 아이패드 등 '생태계'를 꾸린 것처럼 LG전자도 가전제품을 통해 집 자체를 'LG 가전의 생태계'로 만들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업가전 2.0은 '초개인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업가전 1.0에선 애플 아이폰, 삼성의 갤럭시폰처럼 운영체제(OS)를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이었다. 이번 업가전 2.0에선 스마트폰에서 필요한 앱을 설치하거나 자주 쓰지 않는 기능을 삭제하는 방식처럼 이런 기능을 가전에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업가전 2.0 핵심은 LG전자가 3년 이상 공을 들여 개발한 스마트 가전용 인공지능(AI) 칩 'DQ-C'와 가전 전용 OS다. 이를 탑재한 스마트 가전은 새로운 기능 업그레이드뿐 아니라 자주 사용하지 않는 기능을 삭제하거나 UX(사용자경험) 관련 다양한 콘텐츠도 설치할 수 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판매가격을 올리지 않으면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회사가 스스로 OS를 만들고 초개인화를 위한 칩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향후 비즈니스 모델이 '구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구독 서비스를 주력으로 한 UP가전 2.0을 통해 생태계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시행했던 관리·세척 서비스 등 LG전자 케어십 서비스에 더해 외부 업체와 협력해 다양한 가사를 도울 수 있는 서비스도 추가됐다. LG전자의 업가전 2.0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삼고 제휴업체 서비스를 한 데 묶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LG전자의 가전 구매자는 3년부터 6년 사이로 계약기간을 정해 월 제품 사용료를 내면서 동시에 해당 제품에서 가능한 서비스를 추가로 신청할 수 있다. 예를들어 LG트롬 오브제컬렉션 세탁기를 6년 구독할 경우(21kg 모델 기준) 구독료는 매달 3만3900원이다.
여기에 LG생활건강의 세탁세제 정기배송 서비스와 모바일 비대면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를 이용하면 각각 매달 1만5000원을 부담하면 된다. 집 청소와 냉장고 정리를 해주는 '대리주부' 서비스는 매달 5900원이다. 매달 약 7만원을 내면 세탁기 사용부터 세제 배송, 비대면 세탁, 청소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맞춤형 렌탈'에 가까운 구독 사업으로 가전 교체 주기가 길어져 LG전자 매출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고객 절반을 업가전 구독 고객으로 바꾸겠다는 답을 내놨다. 류 사장은 "가전의 초개인화를 위해선 한 번 팔면 끝나는 관계로는 불가능하다"며 "구독을 주력 사업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어 "냉장고, 세탁기 등 내구재 제품은 보통 10년 이상 사용하지만 구독을 하면 교체 주기가 짧아져 전체 수요와 교체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며 "구독 완료, 중간 해지 제품들을 리퍼비시(refurbish)하는 방식 등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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