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민주당이 말하는 '혁신'의 의미

2023. 7. 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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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요즘 정치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혁신위가 하기에 따라서는, 좀처럼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민주당의 지지율도 오를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의 지지율의 특징은, 큰 폭의 하락도 없고 그렇다고 크게 상승하는 경우도 없다는 점이다.

양당의 지지율은 잔잔한 호수와 같다고 할만하다. 그나마 대통령 지지율은 등락하고 있어, 국민의힘은 나름의 위안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민주당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지지율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민주당은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놓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의심하고 비난하며, 세계적 석학을 돌팔이라고 매도까지 했건만, 민주당 지지율은 오르지 않고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두고, 김건희 여사 가족을 위한 특혜라며 공격해, 대통령 지지율을 하락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자신들의 지지율은 반등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민주당이 희망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혁신위밖에 없어 보인다. 혁신위가 '제대로 된' 주목을 받고, 민주당이 변하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지지율 반등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혁신위는 과연 민주당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혁신위가 불체포 특권 포기를 요구하자, 민주당은 20여일간 이 요구를 뭉갰다. 이런 와중에 31명 비명계 의원이 먼저 나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하니까, 그제서야 민주당은 다시 의총을 열고 불체포 특권 포기를 결의하긴 했다. 여기서 “하긴 했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당헌·당규에 따른 당론 추인 절차를 거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특권 포기를 결의한 시기도 문제다. 비명계 의원 31명이 특권 포기를 결의한 이후에 의견을 모았기때문이다. 31명 의원 중 이상민 의원은 17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 승부'에서, 자신들은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에, 체포 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당연히' 가결 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 의원 표와 정의당 의원 표 그리고 31명 민주당 의원 표만으로도, 민주당 의원의 부결 의사와 상관없이 체포 동의안은 가결될 수 있다. 한마디로, 이미 체포 동의안 가결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나선 꼴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적 요인 말고도, 특권 포기에 대한 '진심'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요소는 또 있다.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는 전제 조건으로 '정당한 영장 청구'를 들었다는 점이다. '정당한'경우에만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누가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것인지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자신들이 판단하겠다면, 또 다른 특권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일반 국민의 경우, 검찰이 영장을 청구했을 때, “부당하다거나” “정당하지 못하다”는 이유를 들어 영장 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의적 해석에 따라 특권 포기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것을, '특권 포기'라고 읽을 수 없다. 이런 비난 가능성을 의식해서인지 몰라도, 민주당은, '정당한 영장 청구'의 판단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라고도 설명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런 주장도 문제이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의 눈높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국민의 눈높이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즉, 민주당 지지자들만의 눈높인지, 아니면 국민의힘 지지자와 중도층까지 포함하는 국민의 눈높이를 말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말이다. 국민의 눈높이라는 것이 여론조사를 의미한다고 하더라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여론이라는 이름의 국민의 눈높이가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부분이 문제라는 것이다. 공당이라면, 제도의 신뢰성을 높여야 하는데, 여론의 이름을 빌려 제도의 신뢰성을 부정한다면 이는 공당이 할 일은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종합적으로, 특권 포기에 의견을 모았다고는 하지만, 특권 포기를 통해 또 다른 특권을 만들 수도 있고, 공당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와 역할을 방기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럼에도 혁신위는 민주당 의총 결과에 대해 “원칙적으로 불체포 특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평가를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이러니 혁신위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혁신위는 또 다른 측면에서 논란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최근 홈페이지를 개설해 국민 의견을 수렴 중인데 '공천 룰'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국민이 원한다면 안 다룰 순 없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보도됐다. 뿐만 아니라, 대의원제와 관련해선 “폐지가 될지 어떤 식으로 유지가 될지는 지금 굉장히 심각하게 논의 중”이라고도 언급했다. 대의원제 폐지와 공천 룰 변경 문제는, 친명과 비명의 갈등을 가장 첨예하게 만드는 요소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6월 26일, “사실상 이걸(공천 룰을) 흔드는 것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상태”라고 잘라 말한 바 있다. 비명계 입장에서는, 공천 룰을 바꾸려 한다는 것은, 곧 비명계에 대한 공천 배제를 위한 시도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현재 비명계는 혁신위가 친명 성향이라는,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공천 룰 변경 가능성을 언급하니, 비명계 의원들은 가만히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위가 이 문제를 논의하는 순간, 민주당 내부의 갈등은 폭발 직전까지 갈 수 있다.

당을 바꾸는 혁신의 과정은 고통이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극한 반발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혁신의 고통에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것은, 바로 국민적 '감동'이다. 국민적 감동이 없는 고통은, 한쪽에 대한 고통의 강요일 수 있고,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반대파를 제거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과연 민주당의 갈등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혁신위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 yulsh@mju.ac.kr

전자신문·지방자치TV 공동 특별좌담 '지방회생, 산업이 답이다'가 14일 서울 여의도 지방자치TV에서 열렸다. 신율 명지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필자〉 신율 교수는 1987년 고려대를 졸업했다. 독일 프라이부르그 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통일연구원을 거쳐 1995년 9월부터 현재까지 명지대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국제정치학과 부회장 등을 역임했고, KBS 생방송 심야토론 MC,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MC, YTN '신율의 시사탕탕' MC 등 다양한 언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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