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논설실장 "윤 대통령 국정운영 경직, 원맨쇼로 곤란"

조현호 기자 2023. 7. 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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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관 실장 "해야할 것 말아야할 것 구분하는 무위(無爲)의 지혜 필요"
수해 해명 명품쇼핑 옹호 답답해…툭툭 터져나오니 국민 얼마나 공감할까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동아일보 논설실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경직돼 있다면서 원맨쇼로는 곤란하다고 쓴소리했다.

그는 최근 벌어진 폭우 대응과 명품쇼핑 논란을 지적하면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무위'(無爲) 개념을 들어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할 것을 구분하는 지혜를 보고싶다고도 했다.

정용관 동아일보 논설실장은 지난 24일자 '정용관 칼럼' <무위의 치(無爲之治), 지금 한 번 새길 만한 통치의 지혜다>에서 노자 도덕경의 핵심 개념인 '무위'를 두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고고하게 자연을 즐기라'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움에 반해 억지로 뭔가를 이루려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정 실장은 “권력의 관점에서 보면 시시콜콜한 직접 통치, 만기친람이 아니다”라며 “잘 경청하고, 신중하되 과감하게 결정하고,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는 것이다. 자율적인 통치 시스템”이라고 규정했다.

정 실장은 지금 무위의 정치를 새삼 언급하는 이유를 두고 “현 정권이 출범한 지 만 1년도 한참 지난 상황에서 문 정권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작위(作爲)의 정치'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아서”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평가되는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 세상이라는 점에서 최고 통치자에 대한 일반 국민의 주목도가 높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정 실장은 통치자도 지지층이든 반대층이든 실시간 여론을 파악하며 국정의 주도권을 쥐려 하는 세계적 현상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 못지않게 강한 그립을 쥐는 스타일”이라고 규정했다.

정 실장은 수능 킬러 문항 논란처럼 구체적인 지침과 가이드라인까지 주고, 강도 높은 질책이 있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전해온다면서도 “그런데도 국정은 원하는 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용산 비서관들을 내각에 차관으로 대거 내려보내는 일도 꼽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정 실장은 “국정이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경직되게 운영되고 있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참모는 할 말 하고 대통령이 경청하고 결론을 내리면 정제된 집행 절차를 밟는 게 순리 아닌가”라면서 “어공이든 늘공이든 최고 통치자의 생각이 뭔지만 쫓는 듯한 분위기는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명품 쇼핑 논란을 비근한 예로 소개하면서 “누군가 신중해야 한다는 직언도 하지 않았고, 언론 보도로 논란이 벌어졌는데도 '호객'이네 '문화 탐방'이네 하는 변명과 옹호로 일을 더 키웠다”고 썼다.

수해 때 우크라이나행을 택한 데 대한 해명도 문제였다. 정 실장은 “'깊이 고민했고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국익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쿨하게 설명했으면 될 일을 '서울로 달려간다고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미 열차가 출발한 상태였다'는 등 즉자적 방어에만 급급하니 답답한 것”이라며 “수해가 아닌 더 큰 안보 위기 상황이 벌어졌다면 어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게다가 대통령 순방 중 여당 대표도 거의 동시에 미국을 방문하는 일이 벌어졌고, 대통령 부재 시 국내 상황을 책임져야 할 국무총리는 존재감을 보이지도 못했다”며 “툭툭 터져 나오는 이런 상황에 국민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동아일보 2023년 7월24일자 30면 정용관 칼럼.

정 실장은 그럼에도 “대통령 원맨쇼로는 곤란하다”고 진단했다. 가짜뉴스와 괴담이 판을 친다는 점을 두고 정 실장은 “유튜브 등 SNS 공간은 사실상 내전(內戰) 상태여도 우파 유튜버 전사에게만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더 높은 수준으로 품격 있게 대응하는 의연함을 보이는 게 민심을 얻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신이 해석하는 무위의 치에 대해 “권력의 두려움, 정치의 무게감을 직시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향해 “꼭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하는 '무위의 지혜'를 보고 싶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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