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객의 미충족 니즈(Needs)를 파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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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유학 중이던 1998년 겨울, 캐나다 토론토까지 자동차로 가족 여행을 갔다.
난국을 타개하는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던 필자는 고객의 입장에서 기존 자동차 와이퍼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는 신제품 개발을 추진했다.
과거 겨울 캐나다 자동차 여행의 힘든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겨울철 고객의 불편사항을 해결한 플랫 와이퍼는 자동차 용품을 판매하는 캐나다 마트 체인에 '리플렉스(Reflex)'라는 브랜드로 성공리에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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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유학 중이던 1998년 겨울, 캐나다 토론토까지 자동차로 가족 여행을 갔다. 캐나다 국경을 넘자 돌연 눈보라가 몰아쳤다. 거센 눈보라 때문에 차량이 흔들렸고 와이퍼를 작동해도 앞이 보이질 않았다. 와이퍼 연결 부위가 얼어붙어 잘 움직이지 않더니 결국 작동을 멈추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갓길에 차를 멈춰 장갑으로 앞 유리를 닦고 다시 운전을 하는 과정을 수 없이 반복하며 겨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악몽같았던 경험이 몇 년 후 엄청난 경영 아이디어가 될 줄이야.
2000년대 초반, 자동차 와이퍼를 생산하는 중견 기업에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입사했다. 이 회사는 법정관리를 거치며 매출이 줄고 수출도 어려워지는 등 총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난국을 타개하는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던 필자는 고객의 입장에서 기존 자동차 와이퍼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는 신제품 개발을 추진했다. 과거 겨울 캐나다 자동차 여행의 힘든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캐나다의 겨울에 폭설이 내리면 와이퍼 성능이 좋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시야를 확보하기 어렵다. 눈이 그친 후에는 햇볕에 잠시 녹았다가도 추위가 몰려오면 와이퍼 연결 부위가 얼어붙어 성능이 저하되고 심지어는 작동을 멈춘다. 바로 이 점이 ‘고객의 미충족 니즈(Needs)’였다.
기존의 와이퍼는 리벳과 요크라는 연결 부속을 이용하고 다층 구조의 금속 프레임으로 차량 앞유리 곡면에 적합한 밀착 성능이 있었다. 하지만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연결 부속 부위가 얼면 성능이 떨어졌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프레임이 단일 구조로 된 ‘플랫 와이퍼’ 개발을 기획했다. 플랫 와이퍼는 단일 철판으로 프레임을 만들고 프레임의 가운데에 프레스로 구멍을 뚫어 고무를 끼우는 방식이었다.
플랫 와이퍼 개발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다. 먼저 철판을 프레싱해 형상을 만들고 열처리를 하면 프레임이 얇아 뒤틀림 현상이 발생하여 개발이 중단됐다. 그래서 기존의 공정과 반대로 먼저 프레임을 열처리한 후 프레싱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연구소에서는 열처리로 금속의 강도가 올라간 상태에서 프레싱을 하면 금형이 깨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필자는 금속의 두께가 얇아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시험을 통해 검증하기로 했다. 그 결과 금형의 내구성이 일부 약화되었지만 별 문제없이 제품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폭설로 유리를 닦는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점은 ‘개방형 혁신’을 통해 해결했다. 국내 최고 고무 코팅 전문업체를 찾아 발수 코팅(물을 튕겨내는 물질을 바르는 것) 기술을 공급받기로 했다. 발수 코팅 물질을 고무에 흡수했다가 유리면에 코팅하는 기술이어서 계절에 상관없이 잘 닦였다. 눈과 비가 올 때 와이퍼가 작동하지 않아도 유리면에 이미 도포된 발수코팅 물질의 효과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겨울철 고객의 불편사항을 해결한 플랫 와이퍼는 자동차 용품을 판매하는 캐나다 마트 체인에 ‘리플렉스(Reflex)’라는 브랜드로 성공리에 판매됐다. 가격이 일반 와이퍼의 3~4배로 수익성이 높았다. 매출액도 판매 1차 연도에 100억원에 육박했다. 단일 제품 매출이 전년도 회사 전체 매출과 맞먹을 정도였다.
신제품 개발로 얻은 교훈 ‘사양 제품은 없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과 고객의 취향 변화에 따라 제품이 변화할 뿐이지 사양화하는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의 제품에 ‘고객의 미충족 니즈’를 해결하는 신기술을 탑재한다면 회사를 구할 신제품은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신기술을 자체 개발할뿐만 아니라 외부 연구소, 협력회사와 합심하는 개방형 혁신으로 경쟁사 보다 먼저 제품화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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