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뒷받침할 ‘左동훈 右상민’ 체제 再가동
헌재는 그동안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국회 측과 이 장관 측 주장을 청취한 뒤, 행정안전부·경찰청·소방청 관계자를 증인으로 불러 의견을 들었다. 마지막 변론에서는 참사 희생자 유족이 직접 진술하기도 했다. 네 차례 공개 변론 이후 헌재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이 제기한 10‧29 이태원 참사 대응 부실 책임이 이 장관에 있다는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기각되자,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재난안전 주무부처인 행안부의 손발을 묶어, 정작 재난 상황에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게 만든 것은 바로 민주당"이라며 "국민 피해를 가중시키는 민주당의 '습관적 탄핵병',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이 장관에 대한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 등 야권을 향해 공세를 폈다.
행안부는 이 장관 업무 복귀를 계기로 조직 정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6월 차관급 인사 때 행안부는 장관이 직무정지 상태여서 장관 직무대행인 차관에 대한 인사가 유보됐다. 이 장관이 업무에 복귀함에 따라 차관과 재난안전관리본부장 등에 대한 인사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행안부 차관에는 서승우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 기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탄핵소추안 기각으로 이 장관이 장관직에 복귀함으로써 윤석열 정부는 '좌(左)동훈, 우(右)상민' 체제를 다시 가동하게 됐다. 윤석열 정부 첫 내각에 포진한 한동훈(법무부), 이상민(행안부) 두 장관은 인체의 왼팔과 오른팔처럼 공권력의 상징인 검찰과 경찰 조직을 지휘하며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좌우에서 보좌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 장관은 윤 대통령 취임 초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 마련을 주도하며 '경찰국 신설'을 관철시킨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4년 후배인 이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때 "고교 동문회 자리에서 (윤 대통령을) 형님으로 불렀다"고 언급할 만큼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다.
이 장관은 대학 4학년 때인 1986년 사법고시 28회에 합격했고, 사법연수원 18기 차석으로 수료했다. 공군 법무관을 거쳐 1992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했다. 당시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형사지법과 민사지법으로 나뉘어져 있던 시절로 판사 임관자 중 연수원 수석이 서울민사지법, 차석이 서울형사지법에 주로 배치됐다.
이후 법원 내 핵심 요직으로 통하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법무담당관과 기획담당관을 지냈고, 서울고등법원 지적재산권전담부 판사,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장을 지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뒤 법원을 떠나 법무법인 율촌에 2015년까지 몸담았다. 이 장관과 대법원에서 함께 근무한 한 변호사는 "이 장관은 진중하고 합리적 성품의 소유자"라며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2012년 9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정치쇄신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으며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다. 같은 해 열린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하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 위원을 거쳐 2015년 1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차관급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 장관이 당시 위원장을 맡고 있던 권익위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법제처로 이관하려 하자 임기를 1년 이상 남겨 둔 상황에서 사표를 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중앙행심위가 정부 부처 산하 기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표를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권익위 부위원장에서 물러난 이후 법무법인 율촌으로 돌아가 파트너 변호사로 일했고, 제20대 대선이 본격화한 이후부터 장관 임명 전까지 양헌(현 김장리) 대표를 지냈다.
이 장관은 2019년 7월부터 안대희 전 대법관이 출연해 설립한 사단법인 경제사회연구원(경사연) 이사장을 지냈다. 경사연은 제20대 대선 때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외곽 싱크탱크 구실을 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이 장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거쳐 윤석열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에 올랐다.
이 장관은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의결돼 직무가 정지돼 있는 기간에 각계각층 다양한 인사를 만나 윤석열 정부 성공적 국정 운영을 위한 조언을 청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을 잘 아는 여권의 한 인사는 "이 장관은 윤 대통령 임기 5년은 물론 퇴임 이후까지 윤 대통령과 함께 할 충신 중의 충신"이라고 평가했다. 헌재 탄핵 기각 결정으로 장관직에 복귀한 이 장관이 어떤 행보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지 주목된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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